경찰, 총력 가동에도 별다른 진척 없이 수사 제자리걸음

부산 사상구 덕포동 여중생 이유리(13) 양이 실종된 지 10일, 경찰이 이 양 납치 용의자로 지목하는 등 김모(33) 씨를 공개수배한 지 4일이 지났지만 별다른 수사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연인원 1만292명 투입, 폐ㆍ공가 5천157개소를 포함해 총 수색장소는 2만7천436개소.

부산 사상경찰서 실종아동 수사본부는 단일 사건으로는 부산지방청 사상 최대인원을 수색에 동원하고도 아직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사건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경찰은 용의자 김 씨가 총 11년의 교도소 생활을 제외하면 자신이 줄곧 살아온 사상구 일대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먼저 김 씨가 은신해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개발지역 내 빈집 수색을 하려해도 문이 잠겨 있거나 아예 대문부터 봉쇄된 경우가 많아 집주인이나 통.반장의 사전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사분란한 수색이 어렵고 시간을 끌면서 오히려 도주의 기회를 제공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그렇다고 수천건에 달하는 수색영장을 발부받기도 사실상 무리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3일 새벽 용의자 김 씨로 보이는 남성이 경찰의 수색에 놀라 도주했던 빈집은 이 양의 다세대주택에서 불과 20m 떨어져 있었는데다 이미 경찰이 4차례에 걸쳐 수색한 곳이었다는 점에서 같은 장소에 대한 반복 수색 또한 경찰 수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는)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다"며 "친구가 거의 없고,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 등 일반적인 범죄상식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용의자는 덕포동과 주례동 등 사상구 일대의 지리를 환하게 꿰뚫고 있어 한정적 공간에서도 대대적인 수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측하고 있다.

특히 사상구를 가로지르는 경부선 철길 역시 인근 백양산과 맞닿아 있고 북구와 사상구 도심으로 바로 연결돼 용의자의 도주로 또는 이동로로 이용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용의자가 지하철과 주요도로 및 방범용 CCTV에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지난달 28일 사상구 주례동의 친구가 운영하는 호프집을 다녀갔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건 초기인 지난달 25일 36.5㎜, 26일 20㎜에 이어 3, 4일에도 13, 11㎜의 많은 비가 내린 것도 경찰의 증거확보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은 5일 오전부터 기존 수사인력에 더해 전 기동대 병력과 최소인력을 제외한 부산 13개 경찰서 의 전 형사 인력을 동원해 범행현장 주변과 사상구 일대를 집중수색해 용의자를 검거하고 이 양을 발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수색에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