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월 된 아이의 아빠인 회사원 이중환(33·가명)씨는 얼마 전 보험 혜택이 없는 24만원짜리 주사를 아이에게 접종했다. 또 이씨는 아이를 맡기기 위해 어린이집을 알아봤더니 월 38만3000원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기저귀값, 분유값도 만만치 않은 데 의료비와 교육비까지 합치면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도 살림이 빠듯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아이디 '똑똑'씨의 이야기가 수많은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글은 지난 5일 게재된 이후 2주 만에 조회 수 5만건, 댓글 1000건 이상을 기록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저출산 원인?…'현실적 장애요인'

이씨의 고민은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8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저출산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저출산 현상은 '개인의 선택'보다는 '현실적 장애요인'이 주요 이유로 나타났다.

트렌드모니터는 최근 전국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가임기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제적 부담 등 현실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으면 '3명'(49.8%)이 이상적인 자녀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요인을 고려하면 자녀 계획은 1명(46.5%)이나 2명(46.3%)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자녀를 더 낳거나 낳을 계획이 없는 이유를 물어보니, 교육비(34.6%), 양육비(32.7%) 등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이밖에 △맞벌이 부부여서 아이를 양육해줄 사람이 없어서(12.8%) △지금 있는 아이만으로도 충분해서(8.8%) △직장에서의 불이익 때문에(2.1%) 등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조사대상의 63%는 2명 정도의 자녀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있는 아이에게 형제·자매를 만들어주고 싶어서(45.7%) △자녀가 많아야 노후에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20.0%) 등이 이유다.

이번 조사의 실사를 담당한 최인수 엠브레인 대표는 "아직 자녀가 없거나 1명의 자녀를 둔 여성 대부분이 자녀를 낳고 싶어 하고 있다"며 "결국 저출산 문제는 '개인적이 성향'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韓 출산율 1.19명…"아이 낳게 환경 만들어 달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간한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조사대상 186개국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다. UN은 2050년 한국의 인구가 저출산 등으로 700만명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씨의 글에 공감한 수많은 누리꾼은 출산 장려를 위해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데 같은 뜻을 내비쳤다.

아이디 '콜라'씨는 아고라에 "둘째를 낳고부터 마이너스가 줄지 않는다"며 "회식자리를 다 참석할 수 없어서 핑계 대고 양해를 구하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직장에서 눈치 보는 게 더 힘들다"고 고백했다.

아이디 '소영이큰아들'씨도 "초등학교에 가면 저학년은 점심 먹고 끝나는데 집엔 애 봐줄 부모도 없다"며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아이디 '김치'씨는 "10여년을 대기업에서 근무했지만 다닐만한 어린이집도 찾기 힘들어 월급의 반을 주고 보모를 들였고, 수유센터는 회사 사업장 20분 이상 거리에 달랑 한 개 만들어 놨다"고 털어놨다.

아고라에 자녀 양육 문제로 고민하는 워킹맘들은 △보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 지원 △산전 후 휴가 지원 △출산 이후 여성의 직장생활 병행 지원 △출산 관련 의료비 지원 △영유아 보육 시설 확대 △다자녀 가정세제 주택마련 지원 △초·중·고생 방과 후 프로그램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주사하나 보험처리 못하게 하는 나라가 무슨 출산 장려 정책을 쓴다는 건지"라며 "애 하나 키우는 것이 이런데 둘은 어찌 키우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또 "한 자녀만이라도 편히 키울 수 있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가 이 정도도 못할 만큼 어렵게 사는 나라냐"고 반문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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