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稅수입 줄어도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올 9월이면 직원들 임금 체불이 불가피합니다. "

광주광역시 동구청 예산담당자의 하소연이다. 동구청의 올해 예산은 1244억원.정상 예산의 60% 선이다. 이 돈으로 구청 살림을 꾸리다보니 올해 직원들 인건비가 78억원이나 모자란다. 동구청은 전 직원을 동원해 체납지방세를 징수하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부족분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다. 이 관계자는 "작년에도 지방재정이 어려웠지만 정부에서 부동산교부세나 지방채 발행 등으로 대책을 마련해줬다"며 "하지만 올해는 예산부족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첫 해가 될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교부금과 보조금 등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지방재정 구조를 개혁하고 낭비요인을 철저히 제거하는 등 내핍생활을 하지 않으면 직원 임금 체불은 물론 지자체가 부도 위기로 내몰릴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됐나

세수는 줄었는데 돈쓸 곳은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지자체 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 관련 세금.아파트 등을 사면서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보유세인 재산세 등이 지자체의 주 수입원이다. 문제는 부동산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지자체마다 수입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등 정부의 감세정책도 세수 부족에 한몫했다.

반면 복지예산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면 지자체도 따라서 늘려야 하는 국고매칭 예산 방식이 큰 부담이 됐다. 재산세 수입 등으로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경기도만 해도 늘어난 복지예산 탓에 올해 살림살이가 빠듯해졌다고 난리다. 저소득층 가정에 지급되는 차등보육료와 기초노령연금 · 장애인노령연금이 지난해보다 각각 750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복지 관련 예산이 지난해 1조4000억원에서 올해 1조6000억원으로 2000억원이나 늘어났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일자리 창출을 올해 최대 화두로 내세웠지만 정작 필요한 '실탄'은 없어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부산시 관계자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기존 사업도 줄어든 판이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실토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자체의 예산낭비 행태는 여전하다. 붕어빵처럼 빼닮은 지역축제와 영어마을,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테마파크와 드라마 세트장,호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신청사 등이 대표적 낭비사례다.

◆대책은 없나

현재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기대할 수 있는 대책은 △빚(지방채 발행)을 지거나 △중앙정부 및 광역시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추경을 편성하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인건비 등 경상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지방채 발행은 불가능하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채발행계획 수립 기준'에 따르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사업이 한정돼 있다. 지방채는 지방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투자사업이나 공용공공시설의 설치,재해예방 및 복구사업,천재지변 등 예측할 수 없는 세입결함의 보전 등을 위해서만 발행이 가능하다. 임금 등 인건비나 소모성 기자재비 등 경상사업에는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도록 명문화돼 있다. 작년의 경우 행안부가 특별지침을 내려 인건비 등에도 지방채 발행을 허용했지만 올해는 더 이상 예외 적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정부나 광역시로부터의 보조금 지원도 기대난망이다. 사정이 어렵기는 이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에 따라 추경을 편성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필요예산에 모자라게 편성해놓고 나중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관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올해 경기가 회복된다는 전제조건 아래 가능한 것이어서 결국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지자체 공무원의 임금 체불 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행정학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세 대 지방세 비중이 8 대 2로 중앙정부 의존형이기 때문에 보조금이나 교부금 등으로 중앙정부가 세금을 다시 지방정부에 되돌려주지 않으면 지자체의 재정자립이 어려운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방만경영 등으로 지방재정에 낭비요소가 있어도 이를 관리 ·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나 메커니즘이 없는 점도 문제다. 이 교수는 "지방세를 확충하고 중앙정부 보조금은 줄여 지방정부의 책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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