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학원 "최소 `4% 이내' 지원 가능" 분석

외고나 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이 중간·기말고사 영어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실수해 틀린다면 이들 학교에 원서조차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어 내신성적이 당락을 가르는 상황에서 1등급(4%) 이내에 들어야 지원이라도 할 수 있는데, 한 문제가 사실상 1등급에 드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2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외고ㆍ국제고 자기주도 학습전형'에 따르면 이들 학교는 모든 신입생을 영어 내신(160점)과 출결 상황으로 일정 배수를 추려내는 1단계와 영어 내신에 면접 점수(40점)를 더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2단계 전형으로 진행된다.

영어 내신성적은 중학교 2∼3학년 4개 학기의 9등급 환산 점수를 반영한다.

문제는 일정 배수를 사실상 영어성적으로만 선발하는 1단계 전형.
일선 중학교 진학 상담교사와 학원 관계자들은 영어성적만으로 1단계 합격생을 가릴 경우, 최소한 1등급인 4% 이내에 들어야 지원 신청서라도 쓰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서울지역의 경우만 놓고 볼 때 외고 선발인원보다 영어 내신성적 1등급 학생 수가 배 가량 많기 때문.
특목고 입시학원인 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시내 6개 외고 모집인원은 2천240명인데 반해, 올해를 기준으로 영어 내신 1등급 학생수는 산술적으로 전체 중3생 11만9천57명의 4%인 4천762명이다.

경기지역 9개 외고 역시 2천900명을 뽑는데 1등급을 받는 학생은 6천529명으로 전체 선발인원의 2.3배나 된다.

각 외고가 1단계 모집인원을 몇 배수로 정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2배수를 크게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1단계에서 영어성적으로 일정 배수를 가려낸 뒤 2단계에서도 면접과 함께 또다시 영어성적을 보기 때문에 교사나 학교장이 1등급이 아닌 학생에 대해서는 추천서 등을 아예 써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과부가 외고에 대해 국제고로 전환하거나 그대로 외고로 남더라도 학교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힌 만큼 합격 경쟁보다는 지원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입시전문가는 "1등급을 받지 못하면 배점 때문에 아무리 면접 점수가 좋아도 합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매년 많은 외고 진학생을 배출하는 강남과 목동지역 중학교의 진학상담 교사들 분석도 대동소이했다.

작년 수십 명의 외고 진학생을 배출한 강남구 A중학교 진학상담 교사는 "영어성적은 평균이 매우 높아 한 문제로 수십 등 석차가 왔다갔다 한다"며 "2학년 1학기 때부터 영어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외고 진학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경우 작년 50∼60명가량의 학생이 외고를 지원해 절반 정도가 합격했지만, 올해부터는 4% 안에 드는 10여명만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학교 측은 추정하고 있다.

역시 작년 수십 명의 외고 진학생을 낸 목동의 B중학교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작년에는 많은 경우 한 반에서 10여 명이 외고 시험에 응시했지만, 올해는 적어도 내신 1등급인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학교 진학상담 교사는 "목동은 외고 등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유독 많은 곳이다.

영어를 잘하는 학생도 많아서 시험에서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실제 영어실력과는 관계없이) 성적이 뚝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몰린 강남이나 목동지역 학교 영어교사들 사이에서는 매학기 시험 때마다 출제 오류를 둘러싼 갈등도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사는 "자녀의 외고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로서는 1등급에 드느냐 마느냐가 최대 관심사여서 시험 난이도를 놓고도 학교 측과 마찰을 빚을 공산도 있다"며 "차라리 전체적인 학업성취도 수준이 낮은 학교로 보내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