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주노총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성폭력 피해자인 전교조 소속 여교사 A씨는 28일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49차 대의원대회에 보낸 편지글을 통해 "작년 4월 대의원대회에서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특별위원회 보고서가 채택되고 후속사업이 결의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사건이 제대로 해결될 것이라 믿었다"며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폭력 사건 후속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고,보고서 채택이 두 차례나 유예되는 것을 보니 민주노총이 해결 의지를 갖고 있는지 실망스럽고 불안하다"고 질타했다.

또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가 물질적 보상을 제의했지만 나는 성폭력 방지 문화가 정착되도록 써 달라고 거절했다"며 "그 이후 성폭력미래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들은 바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사건 직후 나는 소속연맹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아픔을 겪었고,그 아픔이 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피멍을 남겼다"며 조직적 은폐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언급했다. 또 "잘못을 거부하고 감춘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신뢰와 위상을 찾을 수 있다"며 "내 가슴에 생긴 피멍을 없애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2008년 12월 김모 당시 민주노총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은 이석행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의 도피를 돕던 전교조 소속 조합원 A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후 민주노총은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노조 간부들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하려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