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S가 시험성적 취소할까봐 걱정"

미국 수학능력시험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 문제지 유출사건이 불거지면서 SAT를 준비하는 국내외 학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SAT를 준비하는 국내 학생들은 SAT 주관사인 미국 교육평가원(ETS) 측이 문제가 된 시험의 점수를 취소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 고등학교에 유학 중인 학생들은 극소수 유학생과 학원 강사의 잘못된 행동으로 한국과 한국 유학생의 이미지가 떨어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수도권 외국인고교에 재학 중인 한모(19)군은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ETS가 시험성적을 취소할까봐 친구나 후배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ETS는 2007년 1월27일 한국에서 실시한 SAT 문제 가운데 몇 개 문항을 일부 학생이 미리 풀어본 것으로 확인되자 해당 시험에 응시한 학생 900여명의 성적을 모두 취소한 적이 있다.

ETS가 이번에도 문제가 된 시험의 성적을 모두 취소할 경우 시험에 응시한 학생 대부분이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된다.

한군은 "미국에 유학중인 학생이 방학때 잠깐 한국에 와서 고액과외를 받고 좋은 점수를 얻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문제를 빼돌려 족집게 과외를 하는 강사에 대해서는 학생들 대부분이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군은 "극소수 학생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 만행을 저지른 학원 강사들 때문에 나라의 위상이 떨어지고 덩달아 한국학생의 이미지도 나빠질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군은 지난해 10월 SAT에 응시했으며 현재 미국 대학에 지원한 상태다.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의 한 사립 고교에 유학 중인 최모(18)군은 "한국에서 SAT 문제가 유출됐다는 뉴스가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군은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들은 SAT에 응시할 때가 되면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가 SAT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나도 이번 여름방학때 한국에서 학원에 다닐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에도 SAT 대비 학원이 있지만 출제유형을 분석·정리해주고 예상문제를 족집게처럼 집어주는 한국 학원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
최군은 "선배나 친구들도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꼭 한국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며 "고액 개인과외를 받고 온 친구도 몇 명 알고 있는데 일반학원을 다닌 친구보다 성적이 더 많이 오르긴 했다"고 말했다.

또 몇몇 유학생은 한국 학원에 다녀온 뒤 시험 성적이 갑자기 올라 ETS에서 치팅(cheating·부정행위) 테스트를 받기도 했는데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은 없었다고 최군은 전했다.

최군은 "미국 유학생들도 이번 일은 나라 망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군은 이달 23일 미국에서 SAT에 응시했으며 올해 실시하는 시험을 모두 볼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