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와 국제고 입시에서 내신 영어실력이 중시되고 경시대회 수상실적이나 토익 토플 등 인증시험 성적 등 사교육으로 쌓은 '스펙'은 철저히 배제된다. 그러나 새로 도입된 '자기주도 학습능력'의 개념이 다소 모호한 데다 중학 영어 내신을 겨냥한 사교육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선발

교육과학기술부가 26일 내놓은 고교 입시 및 체제 개편 후속 방안에 따르면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올해부터 영어 내신과 스스로의 학습력,독서 경험 등을 면접만으로 파악하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실시한다.

1단계에서 영어 내신 성적(160점)과 출결로 일정 배수를 추려낸 뒤 2단계에서 면접 점수(40점)를 더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영어 성적은 중학교 2~3학년 4개 학기의 9등급 환산 점수를 반영하며 영어 성적과 면접의 반영 비율은 시 · 도 여건에 따라 달리 정할 수도 있다.

학교별로 입학전형위원회가 구성되며 위원회에는 교육청이 위촉한 입학사정관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학생들이 제출한 학습계획서,학교장 및 교사추천서,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학습계획서에는 지원 동기,자기주도 학습 경험 및 학습 · 진로계획,봉사 및 체험활동,독서 경험 등을 각각 600자 이내로 적어야 한다. 이 중 독서경험란에는 본인이 읽은 책 중 2권을 선정해 내용과 감상을 적으면 되지만 대리 작성,표절 사실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0점 처리된다.

학생부를 통해서는 영어 내신 성적과 출결 상황,진로지도 상황,창의적 재량활동 및 특별활동,교외 체험학습,독서활동 등을 평가한다. 학생부에서는 영어 외의 다른 교과 성적은 출력되지 않도록 시스템이 바뀐다. 각종 인증시험 점수,경시대회 입상실적 등은 학습계획서에 기재할 수 없다.

◆사교육영향평가 실시

과학고는 입학사정관 전형과 과학캠프를 통한 과학창의성 전형을 실시한다. 서울 하나고,강원 민족사관고 등 자립형 사립고는 올 3월까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지만 재단전입금 비율 등을 유지할 경우 전국 단위 선발이나 기존 학교별 전형(내신과 면접)을 실시할 수 있다.

외고 국제고 과학고 국제중 등 학교별 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는 올해 말부터 '사교육 영향평가'를 실시해 학교별 입학전형 요소 가운데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이 있는지 자율 평가한 뒤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창의체험활동 등 학교에서 이뤄진 활동은 입시에 반영하고 사교육을 통해 쌓은 스펙은 배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어 내신을 겨냥한 사교육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학습계획서 등의 대리 작성과 표절 등을 완벽히 차단할지 의문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