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눈인사도 못하는 현실 가슴 아파"
"내년 교육감선거, 합법 범위 할 건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에게는 올 한해가 유난히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집행부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고, 교원평가제 문제로 계파 갈등을 겪었다.

지난 6∼7월 주도한 `교사 시국선언'으로 본부 전임자와 시도 지부장 등 80여명이 해임되거나 중징계 처분을 받아야 하는 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기도 하다.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잇따라 터진 이런 초유의 사태에 대해 "막막했다"는 한마디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조직의 20년 역사를 돌아본다면 하루도 빠짐없이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올해는 그동안 터진 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희망을 볼 수 있는 한 해였다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다.

우선 조직 내 계파 간 불협화음의 원인이 된 교원평가제와 관련해 정 위원장은 "이 의제가 너무 오래 조직 내 갈등 요소로 존재해왔는데 (오히려 갈등이 표면화하고 나서)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합원의 요구와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해 적절한 방안이 제시된다면 전교조 내에서 하나의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는 것이다.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대규모 징계 사태와 법정 공방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정 위원장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소신만으로 교사 징계를 유보한 것은 아니다.

교사 징계는 전교조 활동을 탄압하려는 방편이고 무리한 행위였다는 것이 법률적으로 밝혀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새해 중점 사업으로 `제2의 참교육 운동'을 꼽았다.

그는 "참교육 운동은 학교 수업, 학생 지도, 민주적 학교운영,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 등 4가지 영역에서 과제를 제시하고 실천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육에 대한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풀뿌리 운동도 함께 벌이겠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에는 전교조가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등으로 실추된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내놨던 외부에 의한 조직문화 진단 결과도 나온다.

정 위원장은 "조직문화 진단은 전교조가 안팎의 요구를 수용한 것과 수용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성의 불평등적 요소가 조직 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라며 "조직 효율성의 진단 결과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및 시도교육감 선거와 관련,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선거 참여를 홍보하고 각 후보에게 교육 공약을 제시하고 수용 여부를 공개하는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할 것은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와의 첨예한 갈등 상황에 대해 "단 한 번 눈인사조차 나눌 수 없었던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교육정책에 대해 정부와 논의할 수 있고 또 그런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