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귀가 울리고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증상을 겪은 회사원 이모씨(47)는 올 8월 비슷한 증상이 다시 도졌다. 청력 검사를 해 보니 청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원인이 모호하던 터에 지난 10월 중순 서울 서초동의 하성한의원을 찾았다. 여러 한의학적 검사를 해 보니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신장의 기운이 허해서 나타난 귀울림증(이명)이었다. 5주간 이곳에서 치료하니 이명이 거의 사라졌다. 어지럼증이 강해졌다 약해지는 현상이 반복되긴 하나 전반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추세다.

하성한의원은 신경과민에 의한 돌발성 난청,이명,어지럼증과 만성중이염을 집중 치료하는 이비인후과 전문 한의원이다. 하미경 원장과 노식 · 박호진씨 등 경희대 한의대 출신 한의사 3명이 이 분야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하 원장의 경우 17년간 1만여명의 난청 · 이명 환자를 진료한 베테랑이다. 이명은 남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혼자서만 듣고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뜬금없이 매미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소름끼치는 기계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환청이 망상에서 온다면 이명은 청신경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는 점이 다르다. 이명은 방치하면 머리가 울리는 두명증(頭鳴症)으로 악화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명이나 돌발성 난청이 과중한 스트레스,오장육부의 불균형,전신 또는 귀의 기혈(氣血) 순환 장애 등에 의해 발병한다고 본다. 이에 따라 하성한의원은 환자에게 자세한 병력(病歷)조사 및 청력 검사를 시행하고 문진(問診)과 진맥,홍채 진단,오링테스트,이경(耳鏡) 검사 등을 병행해 원인을 찾는다. 홍채 진단은 홍채의 빛깔과 모양을 살펴 뇌와 신경계의 이상을 파악하는 검사다. 오링테스트는 자주 쓰는 손의 엄지와 검지 아귀 힘을 측정해 전반적인 기혈의 강도를 가늠하는 방법이다.

청각신경 질환은 오장육부,특히 신장의 기능 저하와 긴밀한 연관이 있어 원인을 개선할 수 있는 한약과 약침,식사요법을 쓰면 자연스럽게 호전될 수 있다. 신장이 허해 생긴 이명의 경우 이를 보하는 숙지황 구기자 산수유 산약 등을 씀으로써 귀 주변의 담(痰)이나 어혈(於血)을 풀 수 있다. 정체된 경혈에 이런 생약재의 추출물을 놓는 경락약침,인체의 음양 · 표리 · 한열 · 허실 등을 따져 균형을 맞추는 팔강약침을 추가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또 경추신경을 자극하는 운동요법,레이저와 원적외선으로 청신경 관련 기혈의 순환을 돕는 물리요법을 시행한다.

하 원장은 "환자 상태에 따라 보통 치료에 3~6개월이 걸린다"며 "환자의 80%가량이 호전되는 치료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