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품ㆍ성금 절반 수준, 기업후원 `뚝'

작년부터 이어진 경기침체 여파로 올겨울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나눔의 손길이 점차 오그라들면서 연말연시가 다소 팍팍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위문품과 성금이 답지했던 보육시설과 경로당에는 예년보다 도움을 주는 이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보육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중구 예산동의 남산원은 지난해보다 기부액과 물품이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작년에는 하루 평균 2~3개 봉사단체가 방문했지만 올해는 하루 1개꼴에 머물고 있는 것.
박흥식 남산원 부원장은 23일 "작년보다 기부가 많이 줄었다.

연말에는 성탄절 선물도 많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다른 것 같다.

겨울 난방비가 많이 드는 것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돈보스코 아동복지센터의 경우 개인 후원은 지난해와 다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 후원은 작년보다 30~40% 감소했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사회공헌 예산을 줄인 탓이다.

임채휘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의 조그만 양육시설이나 재활센터, 종합복지관을 지원하는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며 "아이들은 밥과 김치만 먹고 자라는 게 아니다.

교재나 책 등 교육적 부분에 대한 지원이 크게 줄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 복지사는 "당장 심각한 문제는 없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가면 곤란한 상황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 해비타트 관계자도 "1억원 안팎을 내는 거액 기업기부가 작년 대비 10%가량 줄었고, 분위기도 좋지 않다"며 "그나마 한달에 1만원 가량을 내는 소액 기부자가 늘어 기부액 총액을 전년도 수준에 맞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의 한 경로당 운영자는 "경로당에서 들어오는 물품이 예년보다 줄었다.

연말이면 많이 늘어나는데 올해는 특별히 늘어난 게 없다.

생각보다 적게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사회복지기관도 마찬가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모금액은 92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천6억원보다 79억원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희망 2009 캠페인'에는 하루 평균 48억원이 모였지만 올해는 6억원 가량 줄어든 42억1천만원이 걷히고 있다.

개인 기부의 척도 역할을 하는 ARS 모금도 지난 20일까지의 모금액이 1억9천만원(9만9천545통)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4억3천만원(21만6천316통)보다 2억4천여만원 줄어들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아직은 전체적으로 기부가 줄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일단은 기부 현황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주가 지나야 기부가 줄어들었는지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