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18일 오후 1시께 서울 성동구 금호2 · 3가동 주민센터앞.KT&G 직원들과 한양대 법대 학생으로 구성된 50여명의 봉사단원들이 모여들었다. 이 지역의 불우이웃에게 연탄과 쌀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파카 점퍼에 모자,목도리 등으로 '중무장'했지만 영하 10도의 칼바람에 연신 발을 굴러댄다. KT&G의 최대순 과장은 "추운 날씨로 오기 싫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럴수록 한시라도 빨리 연탄을 나눠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급해졌다"며 "내가 하루 추우면 이 분들은 겨울 내내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연탄 한 장에 '행복온도' 1도↑

"날씨가 추워 연탄끼리 다닥다닥 붙었어요.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골목길에서는 차가 불쑥불쑥 나올 수 있으니 안전사고에 유의하시고요. "

이날 행사진행자인 백종화 KT&G 남서울본부 총무부장의 주의사항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봉사자들은 2시가 되자 본격적으로 연탄 나눔 활동에 들어갔다. 이 지역 곳곳에 미리 부려진 연탄을 인근 집집마다 창고에 차곡차곡 쌓는 작업이다. 사람들이 늘어서서 연탄을 전달하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연탄들이 금세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로 3년째 봉사활동에 참가한 한양대 법대 학생 대표 최일준씨(22)는 "처음 연탄 배달을 시작했을 때 시내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며 "우리 또래는 대부분 연탄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판잣집과 연탄 등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연탄을 받은 주민 정옥준씨(67)는 "올해도 어김없이 도와주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이번 겨울은 유난히 날이 찬 것 같아 걱정했는데 창고에 연탄이 가득하니 마음이 훈훈하다"고 고마워했다.

행사에는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온 마릴린 디크만씨(22)는 "곧 독일로 돌아가기 전 이렇게 뜻 깊은 일에 동참하게 돼 보람있다"며 "한 장씩은 괜찮은데 두 장은 너무 무거웠다"며 활짝 웃었다. 6000여장의 연탄 배달이 끝난 때는 오후 7시께.학생들과 함께 연탄을 나른 전우현 한양대 법대 교수는 "미래의 법조인들이 힘들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봉사활동 이상의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릴레이 자원봉사로 '따뜻한 겨울'을

KT&G는 2004년부터 대학생들과 함께 저소득층들에게 겨울철 대표적인 생필품인 연탄과 이불,쌀 등을 전달하는 봉사 활동을 펴고 있다. 21일에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생과 KTG 임직원 150명이 참가해 은평구 수색동의 불우이웃 45세대에 9000장의 연탄과 이불 등을 전달한다. 또 부산 범천동, 마산 월영동 등 전국 15개 저소득층 밀집지역 2600여세대에 6만8500장의 연탄,쌀 등 총 1억5000만원어치의 물품을 지원한다. 올해 참가인원은 대학생 1100여명,KT&G 임직원 200여명 등 총 1300여명이다.

KT&G복지재단은 대학생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외에도 6억원 상당의 등유,연탄 등을 전국 3000세대의 저소득층과 144개 사회복지기관에 전달했다. 연탄,쌀뿐 아니라 김치도 나눈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 38개 지역에서 릴레이식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를 실시했다. KT&G 임직원으로 구성된 사회봉사단과 지역별 사회봉사단체 봉사자 등 6000여명이 참여해 국내 최대 규모인 18만포기(400t)의 김치를 만들었다. 전국 저소득층 3만5000세대와 270여개 사회복지시설에 10㎏씩 나눠줬다.

◆전국 곳곳에서 풀뿌리 자원봉사

KT&G는 본사 차원의 봉사 활동 외에도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풀뿌리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KT&G사회봉사단은 전국 지역 · 기관별로 182개의 자체 봉사단으로 구성돼 있다. KT&G가 운영하는 사회공헌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12월 봉사 일정에는 총 106개의 봉사활동 계획이 등록돼 있다.

지난 18일에만 연탄나누기 외에 목욕도우미,환경정비 활동 등 9개의 봉사활동이 이뤄졌다. KT&G 광주제조창 나눔봉사단은 이날 맹인 수용시설인 평화의집을 찾아 목욕 도우미 역할을 했다. 북서울본부 소속 해피데이봉사단은 서대문 장애인 주간보호센터를 찾아 식사 배식을 도와주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목도리를 전달했다.

지역 독거노인이나 조손 가정을 대상으로 도시락 배달과 급식 지원 활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달에만 24차례에 이른다. 경북본부 사회봉사단은 오는 24일 지역 내 요셉의집에서 일일 무료 급식소를 운영한다. KT&G 인쇄창 녹색환경봉사단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천안의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한다.

KT&G는 '풀뿌리 자원봉사'의 확산을 위해 봉사활동에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들의 참여도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는 임직원 자녀 봉사캠프를 마련한다. 최정원 KT&G 지속경영실장은 "여름방학 기간에 농촌체험과 봉사활동,복지시설 봉사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특히 지역별 사정에 적합한 아이템을 찾아내 각 지역단체와의 연계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