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원자력연료(대표 이종철 · 사진)는 공기업 중에서도 선진적인 노사 공동체 문화를 확립한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꼽힌다. 한전원자력연료는 1982년 한국핵연료주식회사로 설립돼 국내 총 20기의 원자력 발전소에 핵연료를 전량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20년 동안 쌓아온 성숙한 노사문화는 위기의 순간에 빛났다. 지난해 닥친 경제위기의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짐에 따라 비상경영대책을 세우고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사측은 노조에 경영상황과 진정성을 전달했고 노조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11개 전력그룹사 가운데 가장 먼저 자율적으로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노조는 또 단순히 임금을 동결하는 데서 더 나아가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직원이 임금의 일정액을 갹출하는 방안에도 동의했다. 이 같은 한전원자력연료의 선진적인 노사 문화는 지난 5월 '공공기관 선진화 점검 워크숍'에서 모범 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한전원자력연료가 노사 상생협력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데는 최고경영진의 의지와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사측은 경영자료를 근로자들에게 공개해 신뢰를 쌓고 상생의 노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다. 노사 양측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는 프로그램은 지난해 도입된 '1일 사장 · 현장 체험제'다. 사장과 간부들은 하루 동안 생산 현장에서 직접 설비를 운영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느끼고,조합원들은 사장실에서 역할을 바꿔 경영전략 회의에 참여하고 주요 현안을 보고받는다. 이 같은 업무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눈높이를 맞추고 서로의 고충과 업무 강도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노사 대표가 부서를 순회하며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듣는 '행복일터 조성 프로그램',노사가 해외 선진기업 노사문화를 탐방하는 '해외 기업탐방'도 한국원자력연료가 자랑하는 노사협력프로그램이다.

사측은 직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근로환경도 꾸준히 개선해 왔다. 성과배분제와 직원공모제도 등을 통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자녀 보육비와 학자금은 물론 병원비 장례식장 비용 등도 일부 지원한다. 현장 실무교육,석 · 박사과정,해외훈련 등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은 90%에 가까운 직원들이 만족하고 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노사 차원의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충남 태안 해양오염사고 방제활동과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 봉사활동,농번기 봉사활동 등에 참여해왔다. 이런 노력들은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한전원자력연료가 연료손상률 제로인 무결함 핵연료를 생산하면서 이 회사가 생산한 연료의 국내 평균 이용률은 90.3%로 세계 평균 이용률(77.8%)을 훨씬 웃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 경쟁력도 유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료의 핵연료 가격은 세계 가격 평균의 61% 수준이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