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 강남 세브란스병원 등을 산하에 두고 있는 연세대 의료원(원장 박창일 · 사진)은 노사상생의 협력적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대표적 병원 사업장으로 꼽힌다. 서울지역 대학병원 가운데 최초로 자율교섭을 통해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체결했고 올해에는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체결'을 이뤄냈다.

이런 성과들은 연세의료원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연세의료원은 1963년 의료기관 최초로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네 번의 노사분규를 겪는 등 노사 갈등을 빚어왔다. 2007년 임금인상과 다면평가 전면 무효화를 주장하며 노조가 28일간 벌인 장기파업으로 274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환자와 보호자들은 진료 공백과 수술 연기 등으로 고통받기도 했다.

2008년 10월 의료기관 최초로 시도된 '노사화합선언문' 선포식은 노사 간 깊은 갈등과 불신을 치유하는 전기가 됐다. 선언문에는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연세의료원을 환자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의료기관으로 만들겠다'는 노사 합의가 담겨 있다. 이를 계기로 연세의료원은 2009년 1월 노조가 파업시에도 응급의료 업무는 100%,이외 업무는 60~100% 유지하기로 하는 내용의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자율적으로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연세의료원은 매년 노사가 임단협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벼랑끝 대치를 벌이다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에 맡기던 관행에서도 벗어났다. 지난해부터는 노사가 지속적인 대화로 2년 연속 자체적으로 임금 타결을 이뤄내 올해 노동부로부터 '노사상생 양보교섭 실천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노사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 효율화에 합의하고 임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연세의료원은 2007년 이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비정규직에게 퇴직금을 포함해 정규직 임금의 92%를 지급한다. 다른 의료기관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49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노사 간 교류를 늘리고 직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연세의료원 노사는 매년 5000만원씩 출연해 만든 노사공익기금으로 경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진료비를 지원하고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매년 2~4차례 '가족캠프'를 개최해 직원 간 · 가족 간 친밀도를 높여주고 일에 대한 활력과 동기를 부여한다. 이 밖에 연세의료원은 매년 노사공동워크숍과 한마음 산행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연세의료원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노동부로부터 '노사파트너십 프로그램 지원사업' 대상 기관으로 선정됐다.

서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