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활동 중인 테너 김재우씨(사진)가 영국 국립오페라단(English National Opera)이 내년 초 공연하는 도니제티의 '루치아'에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영국 국립오페라단은 왕립오페라단과 함께 영국의 2대 오페라단으로 동양인이 단역을 맡은 적은 있으나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예고를 졸업한 김씨는 1990년 성악가로서의 자질을 눈여겨본 호주 퀸즐랜드 음악원 학장인 캠댄 교수의 초청을 받아 호주로 건너갔다. 지도교수의 권유로 호주 국립대로 옮겨 특별 음악 장학금을 받으며 음대 학사 과정과 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1996년 호주 국립오페라단 정규 단원으로 특채됐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정상급 성악가로 10여년간 각종 오페라의 주연을 맡아온 그는 2007년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 무대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양인에게 유럽의 오페라단은 오디션 기회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2007년 10월 어렵게 영국 국립오페라단의 오디션을 봤지만 '영어 발음에 동양인 억양이 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통과하지 못했다.

오랜 외국 생활로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그였지만 발음을 탓하는 지적에 오기가 발동했다. 영어 성악 발음을 교정하기 위해 개인교사를 초빙해 연습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영국 롱보로 오페라단의 라트라비아타,아일랜드 더블린 리릭 오페라단의 마술피리 주연을 맡았다. 다시 영국 국립오페라단의 문을 두드린 그는 오디션을 통과했다.

김씨는 "국립오페라단 무대에 선다는 것은 영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보러 온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어깨가 무겁지만 서양인들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더욱 신중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