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님, 제가 어제 만남 그 남성분한테 무슨 연락 있었나요? 제 얘기는 하지 말고 그쪽 반응을 지금 빨리 좀 확인해주세요"

전날 치과의사와 만남을 가진 29세 교사 L양의 맞선결과 확인 전화이다. 자신은 드디어 배우자감을 찾았다는 희열로 가득차 있으나 상대의 반응이 궁금하여 밤새 뒤척이다가 아침 일찍 전화를 준 케이스. 일명 '안달복달형'이다.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사람을 소개시켜 주세요! 세상에 남자가 15분이나 늦게 도착하지 않나. 그것도 청바지에, 그래놓고는 30분도 채 앉아있지 않고 그냥 자리를 떠지를 않나"

공기업 간부와 맞선을 가진 32세의 대기업 근무자 P양의 싸늘한 목소리이다. 소위 '폭탄세례형'이다.

위에서 본 사례와 같이 맞선을 본 후 상대에게 아주 만족하거나 매우 불만족스러울 때 그 다음날 담당 매니저를 찾는 전화가 가장 빨리 온다고 한다. 이런 두 상황이 겹칠 때는 출근도 하기전인 9시경부터 앞 다투어 전화가 울려대는 것.

다양한 회원들이 등록돼 있는 결혼정보업체에서 수많은 맞선을 주선하다보면 별의별 희한한 현상도 많이 벌어지게 마련인데, 맞선 만족도별로 회원들의 결과조회 전화시간에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대표 손동규)와 재혼전문 온리-유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2월 15일까지 2개월간 주선한 맞선 1,263건을 분석하여 '맞선만족도별 결과조회 시간상의 특징'을 발표했다.

-표리부동형 : 양쪽 다 긴가민가 하는 입장이다. 썩 맘에 들지는 않았으나 상대방이 좋다면 계속 만나 볼 의향은 있다. 보통 오전 10시 반을 전후하여 연락이 온다. 대부분 자신의 속내를 먼저 드러내지 않고 상대가 "한 번 더 만나보겠다"고 하면 "뭐 그러죠" 이고, 상대가 부정적이면 "저도 별로였어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게 공통점.

-맞선달관형 : 그 동안 수많은 맞선을 봤으나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해 결혼에 대해 체념 내지는 반 포기상태의 남녀들이다. 특별히 까다로운 조건이 있거나 배우자감으로서 특별한 결격 사유도 없다. 단지 성격상 단호하게 결단을 못 내리는 우유부단형이거나 숫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 점심시간을 전후하여 담당 커플매니저에게 "이번에는 어떻답니까!"라고 별 기대없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던진다.

비에나래의 김문선 커플매니저는 "이런 부류는 자칫하면 결혼이 차일피일 늦어지다가 결국 포기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가나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구구절절형 : 회원의 입장에서는 조건도 별로 까다롭지 않은데 자꾸 뭔가 조금씩 빗나가 답답한 심정이다. 메일로 전날의 맞선 소감과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자세히 피력한다. 그리고는 다음 주선시의 주의사항을 조목조목 나열한다. 매니저 입장에서는 목소리로 일격을 당하는 것보다 훨씬 따갑다. 30대 중후반의 초혼이나 재혼 여성에게 특히 많다. 오전 내내 메일을 작성하여 오후 2-3시에 보내온다. "신장은 175cm 정도면 좋겠어요, 너무 커도 제가 왜소해 보이고 너무 적으면 또 어디 내놓기 그렇고, 말이 너무 많아도 가벼워 보이고, 또 과묵하면 심심하니, 너무 잘나지도 또 그렇다고 너무 별 볼일 없으면 살기가 힘들고 하니‥"

온리-유의 구민교 매니저는 "사회활동이 왕성한 커리어 우먼 중에는 취향이나 성격 등 소프트적인 측면을 중요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유형의 여성이 주로 여기에 속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유자적형 : 맞선 당일 쌍방이 서로 필이 꽂혔다는 것을 이미 확인한 상태의 사람들. 그러니 더 이상 뭐가 궁금하고 속 탈 것이 또 무엇이 있으랴! 이제 남은 것은 "매니저님, 그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날짜 잡히면 같이 함 찾아뵐께요"정도다. 전화는 매니저가 걸 때까지 오지 않는 것이 상례. 특히 쿨한 재혼 커플에 많다.

비에나래의 이경 회원관리실장은 "맞선 결과에 따라 회원들의 심리상태도 각기 다르다"며 "맞선에서 만족하든 불만이든 그 희비를 공유할 대상은 커플매니저이기 때문에 비슷한 만족도의 회원들끼리 조회시간상에도 공통점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뉴스팀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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