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을 태우고 온천관광을 갔다오던 관광버스가 도로 아래 절벽으로 굴러 1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16일 오후 5시40분께 경북 경주시 현곡면 남사리 남사재 주변 왕복 2차로에서 승객 31명을 태우고 경주 방향으로 달리던 관광버스(운전사 권모씨 · 56)가 경사 40도 정도의 낭떠러지 30여m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이날 오후 10시 현재 이임순(80 · 여),최명원(73 · 여),황희남(84 · 여),전종삼(71)씨 등 18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승객들은 중상을 입었다. 버스는 절벽으로 떨어진 뒤 몇 바퀴 구르다 나무에 간신히 걸려 멈추기까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부서졌다. 앞뒤 범퍼가 모두 떨어져 나가고 일부 좌석이 밖으로 튕겨져 나올 정도로 버스는 완전히 파손됐다. 이처럼 사고가 컸던데다 탑승객이 대부분 노인이었던 만큼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경주 황성동에 있는 한 경로당 소속인 탑승객들은 온천관광을 마치고 경주로 돌아오던 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사고 차량의 기사는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지점은 왕복 2차로의 좁은 내리막길 도로로 산속을 지나기 때문에 굴곡이 매우 심한 곳으로,관광버스는 추락 직전 도로가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미끄러진 뒤 아래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경찰 등은 운전 미숙이나 차량 결함 등 밝혀지지 않은 원인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차량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지점 근처에서 브레이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들도 "사고 직전 버스가 좌우로 흔들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은 버스가 굴러 떨어진 충격으로 나무 10여그루가 뿌리째 뽑혀 넘어져 있었고 버스 주변에는 옷가지와 손가방 등 승객들의 소지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버스 밖으로 깨진 유리가 어지럽게 널려 있어 사고 당시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부상자들은 경주 동국대병원과 굿모닝병원,경주 동산병원,현대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됐다. 경찰은 사고 지점 주변에 남아 있는 버스의 타이어자국(스키드마크) 등을 참고해 사고차량 운전기사와 부상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날 김관용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경북도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사고 버스는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공제조합에 종합보험 형식의 보험에 정상적으로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