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해석 놓고 의견 대립…타임오프제 최대 쟁점
합의 안돼 부칙 개정 실패 땐 내년 1월1일 자동시행


지난 4일 노사정 합의로 개정 방향이 정해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의 연내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사정 3자 합의에도 연내 개정안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시일이 보름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 논의가 난기류를 형성하고 있는데다 합의문의 해석이나 세부사항을 놓고 노사정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노사정 합의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고, 노사정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이 장외 투쟁을 계속하는 점도 정치권과 노동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5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노조법 개정안의 세부사항을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상의) 등 경제5단체와 한국노총, 한나라당 등의 의견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 모호한 합의문 내용…`해석' 놓고 줄다리기 = 이는 쟁점 사항인 노조 전임자 급여금지와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와 관련해 노사정 합의문의 표현이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문에는 "전임자 급여금지 조항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합리적 노조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사 교섭ㆍ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관련 활동에 대해 사업장 규모별로 적정한 수준의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합리적인 노조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활동'의 범위를 놓고 한 항목이라도 더 추가하려는 노조와 최대한 엄격히 해석하려는 사측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 이해 당사자간 의견 대립 계속 =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안상수 의원 등 169명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에는 노사정 합의문에 예시된 타임오프 대상에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 업무'가 추가돼 있다.

한국노총은 나아가 ▲타임오프제 규정을 초과하는 임금을 노조 전임자에게 지급하는 사용자를 처벌하는 조항 삭제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 유효기간 인정 ▲교섭대표 노조가 결정되더라도 개별노조 쟁의권 보장 ▲개별 사업장 범위를 벗어나는 `초기업노조'의 창구 단일화 대상 제외 등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사정 합의에 참여했던 경총뿐 아니라 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주장이나 한나라당 안이 개정 노조법에 반영되면 `노조 전임자 무임금' 원칙이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이 이들의 우려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합의 정신을 준수하는 선에서 세부사항과 표현은 국회 논의와 당사자 협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노사정 합의에서 배제된 민주노총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이번 합의를 `반쪽 협상' `야합'으로 비판하면서 추가 논의를 요구하는 점도 법안의 조기 통과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자율 교섭제를 전제로 복수노조 허용을 즉시 시행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16∼17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장외투쟁에 나섰다.

◇ 연내 통과 전망은 = 추 위원장이 개정 법안의 조기 상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연내 통과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안이 정부 주도로 마련돼 노동3권 보장, 노조의 자주성, 노-사 및 노-노 상생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해당사자들이 참가하는 `다자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한나라당, 상의, 경총 등이 이에 반대해 다자협의체 구성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간은 자꾸 가는 것.
이 때문에 법안이 연내 개정되지 못해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전면 금지하는 현행 노조법이 부칙에 규정된 대로 내년 1월1일부로 자동 시행되면서 노동 및 경영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