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입시에 3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말 고교선택제 2단계 선발방식을 추첨에서 '거주자 우선배정'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학생 및 학부모들은 지망학교를 급히 바꾸는 등 진학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정숙씨는 "원래는 2단계에서 목동 근처 고교에 지원하려고 했었지만 어차피 지원해도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지원학교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1단계 학교를 변경할지 2단계 학교를 변경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선발방식 변경으로 지원학교 배정이 어려워진 학생들은 전기고 추가모집에 지원,과열양상이 나타났다. 고교선택제 혼란이 전기고 입시 과열이라는 또 다른 문제로 번지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마감된 전기고 추가모집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차 모집에서 0.65 대 1에 불과했던 동성고 일반전형은 101명 모집에 379명이 지원해 3.75 대 1을 기록했다. 이대부고 일반전형도 9명 모집에 63명의 학생이 몰려 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임성호 하늘교육 교육이사는 "고교선택제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학생들이 그 대안으로 자율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며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전기고 입시 때는 올해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전기고에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첫 시행되는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은 지난 1차에 이어 2차에도 대규모 미달사태가 벌어져 비(非)배려자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이날 마감된 추가모집 결과를 보면 2차모집 학교 8곳 중 4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로구에 위치한 우신고는 추가모집 정원 72명 중 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0.07 대 1에 불과했다. 이 밖에 중동고(56명 모집,36명 지원),동성고(58명 모집,36명 지원),세화고(50명 모집,19명 지원) 등도 지원자가 정원에 크게 못 미쳤다.

각 학교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결과를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정원의 20%라는 전형비율을 설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동고 한 교사는 "인근 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자체 리서치 결과 5%가 (사회적배려 대상자 정원으로) 적당한 수준이었다"며 "한부모가정,탈북자자녀,순직 군 · 경 유가족 자녀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도 없는 상태에서 교육당국이 일률적으로 인원을 배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철/김일규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