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길게 보내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나 밤 늦게까지 돌아다녀야 한다. 그러나 해가 일찍 산 너머로 고개를 감추는 겨울에는 늦은 밤까지 돌아다니기가 마땅치 않다. 한 주 내내 업무에 시달린 직장인들에게 주말마저 '얼리 버드'로 살아가라면 너무 잔인한 것 같고.

피로에 지친 직장인들이 겨울철 주말나들이 하기에 적격인 곳이 경기도 포천이다. 낮에 포천아트밸리를 천천히 둘러본 후 해가 지면 허브아일랜드로 방향을 틀어 향긋한 허브와 무지개처럼 빛나는 조명을 만나볼 수 있다. 나란히 포천시 신북면에 있는 포천아트밸리와 허브아일랜드 사이 이동 시간은 차로 20분 정도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포천아트밸리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포천아트밸리(www.artvalley.or.kr)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흉물스러운' 폐채석장이었다. 화강암을 파낸 흔적이 을씨년스럽기만 했던 이곳은 예술창작벨트로 새단장한 후 다른 얼굴을 갖게 됐다. 지난 10월 개장한 포천아트밸리는 이제 잘 다듬어진 풍광을 뽐내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포천아트밸리에 들어서면 바로 돌 문화전시관이 보이는데,여기에서 포천아트밸리의 조성 과정과 화강암의 특성 등 기초지식을 쌓을 수 있다. 전시관 옆에는 약간 가파른 경사로가 있다. 이 경사로를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10~15분 정도 걸어올라가거나 모노레일을 타는 것이다.

단 모노레일 탑승료(성인 기준 왕복 4000원,편도 3000원)가 있고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 경사로를 탈 때에는 부지런히 두리번거리며 양 옆을 살펴야 한다. 한쪽에는 숲이 푸르고 다른 한쪽에는 화강암이 쌓여 있어 경치가 볼 만하다.

경사로 끝까지 올라가면 여러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지상 3층 규모의 전시관에는 여러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고,야외에 있는 조각공원에는 화강암을 소재로 한 돌 조각 등 여러 조각작품이 설치돼 있다. 조각공원 부근 돌벽에 옛 채석장 풍경을 예술적으로 재현한 것도 빼놓지 말고 둘러보자.곧 소공연장과 야외공연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포천아트밸리의 '꽃'은 거의 꼭대기 쪽에 자리잡은 천주호다.

깎아지른 듯 우뚝한 화강암 절벽 사이에 고인 에메랄드빛 작은 호수는 보는 순간 절로 탄성을 자아내며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 이 호수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게 아니다. 화강암을 채석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웅덩이에 샘물과 빗물이 고이면서 수심 20m에 달하는 천주호가 생겨났다. 1급수라 가재,도롱뇽,피라미가 살고 있다고 한다. 소음과 진동으로 인근 주민들의 집단 반발을 부르고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화강암 채굴이 남긴 아름다운 유산이다.

개장시간은 2월 말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청소년과 군인 1000원,어린이 500원이다. (031)538-3484

●허브아일랜드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허브아일랜드(www.herbisland.co.kr)를 찾아가면 곳곳에 하얀 거미줄처럼 둘러쳐진 무언가를 볼 수 있다. 낮에 멀리서 보면 잔설이 엉겨붙은 듯해 겨울 느낌이 드는데,사실 이 '무언가'가 진가를 발휘하는 때는 어스름해지는 저녁 무렵부터다.

무언가의 정체는 200여만개의 색색의 전구.불이 들어오면 10만평에 달하는 허브아일랜드 전체가 환하게 빛난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환한 빛으로 가득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낮에 와도 좋지만 포천의 다른 곳을 둘러본 후 밤에 찾는 걸 추천하는 이유다.

허브아일랜드는 겨울에 야간개장을 해 겨울밤 늦게까지 허브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임옥 대표는 "허브식물원 실내에서 허브를 보고,실외에서는 조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설명했다. 형형색색 조명과 함께 꼭 봐야 할 곳은 허브식물원이다.

2000평 규모의 식물원에는 허브 200여종이 모여 있어 들어서는 순간 이들이 뿜어내는 짙은 향기가 코를 찌른다. 흔히 허브는 겨울에 꽃을 피우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로즈마리나 재스민 제라늄 같은 허브는 영상 5도 정도에서 개화한다.

현재 허브아일랜드의 허브식물원에서 핵심으로 부상한 허브는 바로 로즈마리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로즈마리 향을 맡으며 허브식물원을 거닐다 보면 안온한 기분이 든다. 손끝에 허브의 향기를 '테이크아웃'하고 싶다면 허브 잎사귀 뒷면을 가만히 만져보자.향낭이 터지며 허브 특유의 향기가 손가락에 배어든다.

큰 규모의 허브아일랜드를 꼼꼼히 돌아보려면 적어도 2~3시간은 걸린다. 여러 건물 중 허브식물원에 이어 꼭 들러야 하는 곳은 허브성이다.

허브 박물관 및 허브와인 등 여러 허브 용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만들기 체험장이 있다. 아로마테라피에 관심이 있다면 마사지와 향기체험이 가능한 테라피센터에 가자.쇼핑을 원한다면 허브 화분을 살 수 있는 꽃가게,허브 오일과 허브 차 등을 판매하는 향기가게,허브 소품이 있는 선물가게 등을 둘러보면 된다. 허브를 이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예약하면 이용할 수 있는 펜션도 있다

개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입장료는 성인 3000원,어린이부터 중학생까지 2000원이다. (031)535-6494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