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집단행동 엄단' 원칙에 힘실릴듯

불법 폭력시위로 인한 물질적인 피해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폭력에 의존하는 그릇된 시위나 집회 관행이 근절될지 주목된다.

이번 판결은 폭력시위나 집회를 엄단하기 위해 가담자에 대해 형사상 책임은 물론 민사상 책임까지 지우려는 최근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방침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10일 대법원은 지난 2007년 6월 민주노총이 여의도에서 주최한 노동자 집회 도중 일부 참가자가 경찰버스 11대를 파손하고 경찰 물품을 탈취한 책임을 물어 민노총이 손해액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민노총이 폭력사태 후 경찰과 협의해 뒤늦게나마 질서를 지키려고 한 정상을 참작해 배상액을 손해액의 60%로 제한한 항소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은 것.
재판부는 "집회 주최자에게 질서유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 때문에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이상 손해배상책임 범위는 해당 과실과 인과관계가 있는 전부에 미치고, 피고가 뒤늦게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 해도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집회 참가자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민주노총에 질서유지를 강제할 실질적인 수단이 없었다는 점도 항소심 재판부와 달리 배상액 제한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책적인 고려가 아니라 손해배상 발생 원인과 책임 범위에 대한 순수한 법리적 판단에 따라 내린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고법원이 이런 취지의 판결을 내림에 따라 법 테두리를 벗어난 집단행동을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원칙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달 초 8일만에 막을 내린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사측인 코레일은 파업철회와 상관없이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앞서 지난 8월 경기지방경찰청은 쌍용차 사태와 관련한 폭력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집행부, 쌍용차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모두 5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불법 시위나 집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실제 배상이 목적이라기보다 시위가 과격해지거나 불법으로 흐르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법적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배상은 시위 참가자에게 형사처벌 못지않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평화시위나 집회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