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년도 안돼 첨단과학 기술연구 기지로 부상

울산 유일의 국립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총장 조무제)가 개교한지 1년도 안돼 ‘첨단 과학기술 R&D(연구개발)’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9월13일 국내 처음으로 법인으로 설립돼 올해 3월1일 개교한 이 대학은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가 속속 나오면서 전세계 과학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이 대학 조재필 교수팀은 지난달 구부리거나 접어도 전류전달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플렉서블 2차 전지 극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기술은 휴대폰·스마트카드·입는 컴퓨터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돼 2015년 200억달러 규모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지난달 초부터 울산과기대에선 세계적인 줄기세포(stem cell) 연구센터 설립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줄기세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한 독일의 막스플랑크 분자생물의학연구소의 한스 슐러(Hans Scholer) 소장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세계 최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 연구기관으로 이름났고, ‘노벨상 사관학교’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이처럼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지자체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울산과기대가 소재한 울주군은 울산시와 함께 고급 두뇌 양성을 위해 총 303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재정지원 계획을 세워 집행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미 대학부지 매입과 기반시설 확보에 1000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부터 매년 100억원씩 15년간 1500억원을 대학발전기금으로 내놓는다. 울주군도 올해 30억원을 발전기금으로 지원한 데 이어 내년부터 매년 50억원씩 10년간 총 500억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이 같은 파격적 지원에 힘입어 울산과기대의 올 첫 신입생 500명은 전원 학비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전국 수능성적 상위 3% 이내의 최우수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세계적인 석학들로부터 모든 수업을 ‘100% 영어강의’로 받으며 글로벌 과학기술 인재로 커가고 있다. 일정 성적만 유지하면 4년간 학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게 된다.

대학발전의 숨은 비결은 법인화 때문

울산과기대가 이처럼 조기에 울산최대 과학연구개발 기지로 발전한데는 국내 최초의 법인화 대학으로서 갖는 차별화 특성 때문이다.

조무제 총장은 1년에 절반 이상은 교수를 초빙하거나 선진 대학 및 연구소와 교류 협력을 맺기 위해 국내외로 다닌다.조 총장은 8일에는 직접 중국 안휘성으로 가 중국과학기술대학교와의 교류 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학을 책임지는 총장이 이처럼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법인화 덕분이다.

총장을 직선제로 뽑는 일반 국립대는 총장이 다른 구성원의 눈치를 보느라 운신의 폭이 좁다면 이사회가 총장을 간선제로 뽑는 법인화 대학은 총장이 중심이 돼 대학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조 총장이 지난 1년간 두 차례나 미국에서 직접 100여명의 우수한 과학자를 만나 이 가운데 30명을 울산과기대의 교수로 임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에 가능한일이었다.

다른 국립대학의 경우 학과 및 단대의 입김이 드세 총장이 이런 일을 기민하게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이 대학은 첫 신입생인 1학년 학생 500명 모두가 무전공으로 이공계는 물론 인문, 경영학 등 모든 학문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또 2학년 때부터 2개 이상의 전공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융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수 정원을 자유롭게 조정하고 교수의 정년도 70세까지로 확대했다. 국가의 통제를 받는 다른 국립대는 교수 정년을 65세로 못박아 두고 있다. 학과 또한 이사회의 승인이 나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대학의 경쟁력을 무한대로 키울 수 있다.
 
개교 첫해인 올해 조 총장이 어렵게 우수한 교수를 초빙하고 장학금 혜택을 늘리자 전국에서 1.5등급 이내의 신입생이 대거 몰려 일약 일류대학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법인화의 힘’ 덕분으로 대학 측은 보고 있다. 정무영 부총장은 “법인화 대학은 국가의 간접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총장을 중심으로 대학의 자율 경영이 가능하다”며 “울산과기대는 이런 강점을 최대한 활용, 10년 내로 세계 35위인 홍콩 과기대를 추월하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MIT에 버금가는 대학을 만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