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7일 발표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리 나형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자(원점수 만점자 추정)가 지난해보다 8배 늘었다.

또 과학탐구보다 사회탐구에서 선택과목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 인문계 수험생들의 진학지도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언어 · 수리 만점자 크게 늘어

수리 가형과 나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모두 142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2점과 16점 하락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개개인의 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는 높아지고,반대로 쉬우면 표준점수가 낮아진다. 수리 영역은 지난해보다 매우 쉽게 출제됐다는 의미다.

수리 영역 만점자가 가형의 경우 463명(전체 응시자의 0.34%)으로 작년(95명 · 0.08%)보다 5배가량 늘었고 나형은 3875명(0.84%)으로 작년(442명 · 0.11%)의 8배 이상을 나타냈다. 언어영역도 표준점수 최고점(134점)이 작년보다 6점 하락했고,만점자(1558명 · 0.24%)도 작년(643명 · 0.12%)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외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4점 올라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만점자가 지난해(5340명 · 0.97%)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4642명(0.74%)에 달해 최상위권에서는 변별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해 수리가 어려워 변별력이 높아졌지만 수리를 겨냥한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하는 폐해가 나타났다"고 밝혀 내년 수능에서도 수리를 올해처럼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회탐구 선택과목 간 차이 14점

선택과목이 많은 탐구영역에서는 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가 최대 31점까지 벌어지며 올해도 과목 선택에 따른 유 · 불리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사회탐구의 경우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경제가 81점인 반면 윤리는 69점에 그쳐 최대 14점 차이가 났다. 과학탐구는 물리Ⅱ와 화학Ⅱ가 77점으로 가장 높은 반면 지구과학I이 67점으로 가장 낮아 최대 10점이 벌어졌다. 제2외국어 · 한문영역에서는 최대 31점이나 차이가 났다.

김성훈 2010학년도 수능 채점위원장(동국대 교수)은 "출제위원들이 자신의 과목을 선택하는 수험생이 많아지도록 다소 쉽게 출제하는 경향이 있어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실적 한계를 인정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