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 우롱"
교육위·시의회·교장들도 대응 나설 듯

서울시교육청이 고교선택제 첫 시행을 앞두고 특정지역 학부모들 민원을 받아 해당 지역 학교에 대한 다른 지역 학생들의 선택권을 사실상 제한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이날 고교선택제 첫 시행을 보름 앞두고 기존 3단계 추첨전형 방식에서 사실상 2단계 추첨을 없앤 교육 당국을 성토하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쓴 것으로 보이는 50편 안팎의 글이 실명으로 올라와 있다.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라고 밝힌 박모씨는 "비겁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살고 계시는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님을 우롱한 것이고, 수많은 중3 담임교사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것"이라며 제도의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한 시민은 "본인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에 목동으로 이사하지 않고 강서구에 살고 있는데 이제 도로 하나를 두고 갈 수 없다니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고, 또 다른 시민도 "다수 학부모를 우롱한 시교육청은 각성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심지어 중학교 3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작성자도 "왜 갑자기 목동 엄마들, 강남 엄마들이 나서서 우리를 원하는 곳에 못 가게 하느냐…우리 엄마가 강남에 살았다면 아마 이런 글을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놓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논평을 내고 "3년간 준비해온 고교선택제를 학부모 4명의 의견을 들어 가정통신문 한 장으로 특정지역에 유리하도록 변경한 시교육청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행정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은 애초 일반고교에 지망하는 학생이 가고 싶은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3단계 선택권'을 부여할 방침이었지만, 지난달 25일 일선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2차 배정에서 교통편과 거주지를 고려해 인근 학생을 우선 배정키로 방침을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강남, 목동, 중계동 등 소득수준과 교육열이 높아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지역에 있는 학교는 같은 학군에 속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은 원하는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논란이 일자 시교육청측은 "(선호학교 주변) 학부모들 민원이 많았다"고 말해 사실상 특정 지역 학부모 사이에서 제기돼온 고교선택제에 대한 불만사항을 전격 수용한 결과라는 점을 인정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이날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고 서울시의회도 조만간 모임을 하고 고교선택제 변경 내용과 과정이 적절했는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위원회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을 제도 시행 보름을 남기고 처리해 큰 혼란을 가져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8일 오전 시 교육청으로부터 긴급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시의회 이종은(한나라당) 교육문화위원장도 "(고교선택제가) 논란이 되고 있어 일단 모임을 하고 논의해볼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사립중고교장단협의회는 9일 열리는 정기모임에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룰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부 중고교 교장들 사이에서는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자는 격앙된 반응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고교선택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