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비리수사 칼날이 '여의도 정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이 최근 기업에 대한 비자금 및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거물급 정치인들이 기업비리와 연계된 혐의를 포착하고 조만간 이들을 소환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6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구속)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민주당 상임고문)에게 2007년 무렵 수만달러를 제공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곽씨와 한 전 총리에 대한 계좌추적 등 주변 조사를 마무리 짓고 이르면 이번 주 한 전 총리를 부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옛 정권의 실세 정치인이었던 J씨와 K씨 등에게 금품을 줬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특수2부는 또 신동아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어서 이 과정에서 정계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동아건설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덩치가 훨씬 작은 일해토건에 인수돼 이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경기도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골프장 회장 공경식씨(구속)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공성진,현경병 의원을 조사하기 위해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 의원 등은 이르면 이번 주에 자진 출석 형태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 의원에 대한 의혹들이 더 불거져 나오고 있어 소환시기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공 의원의 후원업체로 알려진 바이오벤처 L사와 전기자동차 업체 C사,공 의원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관련자에 대한 계좌추적도 마쳤다. 검찰은 앞서 지난 4일 현 의원의 보좌관인 김모씨를 공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체포해 조사한 후 다음 날 저녁 석방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당사자들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향후 수사과정에서 진실게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경 사무총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한명숙 흠집내기"라고 반발했다. 공 의원은 지난 2일 "테러를 당하고 있는 심정"이라며 "현재 제기되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