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백신을 접종 후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에 대해 정부가 충분한 조사 없이 백신과 무관하다고 단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2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달 신종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후 2명의 학생이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중 1명은 지난달 18일 백신을 맞은 후 24일 사망했으며 다른 1명은 접종 4일 후인 28일 역시 뇌출혈로 숨졌다.

보건당국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이 두 사례에 대해 모두 백신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24일 사망한 학생의 경우 병원에서 '모야모야병'으로 진단됐지만 28일 사망한 학생의 경우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던 학생이 갑작스럽게 사망해 별다른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전 세계적으로 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뇌출혈이 보고된 사례가 없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백신이 뇌출혈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백신과 무관'을 섣불리 단정한 데 대해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첫 뇌출혈 사망 보고 이후 이틀 만에 배포한 자료에서 "이상반응대책협의회를 개최해 검토한 결과 백신과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평소 건강하던 학생이 뇌출혈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부검으로 사인을 규명하는 절차도 없이 백신과 연관성이 없다고 '확인'한 데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신경병리학을 전공한 병리학전문의 A씨는 "백신에 대한 불필요한 의혹이 생기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부검 결과 등 충분한 근거도 없이 백신과 무관함을 단언하다가 오히려 쓸데 없는 의혹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제한된 정보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환자가 본래부터 갖고 있는 질병 때문에 생긴 반응이라고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하지 않은 데 대해 보건당국은 "정부로서도 부검을 했더라면 더 명쾌한 답을 줄 수 있었겠지만 28일 사망한 학생의 보호자가 사인 규명 등을 원하지 않아 부검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록 부검은 없었지만 각 분야 전문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이 모여 컴퓨터단층촬영과 환자의 사망전 상태를 검토해 내린 결론"이라고 덧붙엿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