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 입학규정 완화해줬으면..."

"학생 수가 이렇게 줄고 있는데도 뚜렷한 타개책이 없어 걱정입니다.

한국학생의 입학 규정이 완화되면 숨통이 좀 트일텐데.."
서울 연희동 소재 한국한성화교중학교(중ㆍ고교)를 비롯한 국내 화교학교들이 수 년 전부터 시작된 학생 급감 현상으로 인해 재정난에 직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쑨슈이(孫樹義.68) 한성화교중학교장은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학생수 급감으로 인해 학교 운영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한국학생으로부터 입학 문의가 쇄도하는데, 그들이 입학할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지난 9월 서울시 교육청에 진정서를 냈다"고 말했다.

시교위는 한국인에 대해 ▲외국인 중 한국인 어머니를 두었거나 ▲한국인 중 외국서 출생 후 3년 이상 거주 등 3가지 조건에 해당하면 화교학교 입학 자격을 준다.

이 학교는 1974년 2천826명에 달했던 학생수가 올해 630명으로 급감하자 재정난 타개책 중 하나로 학비를 해마다 큰 폭으로 인상하고 교직원 봉급은 수 년째 동결, 학부모 및 직원들의 불만을 사왔다.

등록금을 포함한 학교 수업료는 연간 300여만원으로, 학생수가 1천명이었던 10년 전 학비(185만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인상됐다.

화교학교의 학생수 급감의 주요 원인은 ▲저출산 ▲교육경쟁력 저하 ▲화교들의 생활고 가중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젊은 화교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대만, 중국으로 떠나는 사례가 많다.

쑨 교장은 "중부지방의 우리 자매학교는 사립인데도 한국정부가 연간 약 20억원을 지원해주는 데다 학비는 우리의 절반 수준인 사례를 봤다"며 "우리 학교에 한국학생들이 점차 많이 들어오고, 학생들도 졸업 후 한국기업에 취직,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만큼 인재 양성 차원에서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성화교중학교의 한국학생 수는 11명이다.

그러나 수 년 전부터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중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학생들이 대거 귀환하면서 화교학교를 노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화교협회에 따르면 한성화교소학교나 의정부 등 지방의 화교학교들도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친쓰이(秦嗣義.62) 한성화교소학교장은 "70년대 2천300명에 달했던 학생 수가 580명으로 격감, 재정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친 교장은 "대만과 중국 정부가 사안별로 지원하고 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도 조금씩 도와주고 있다"며 "중국어 인력 양성을 위해서도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 교장은 "예산이 크게 줄었는데도 '과밀학급 지양' 논리에 따라 학급당 50명에서 30여명으로 줄이고 원어민 선생까지 초빙하다 보니 교사 수(43명)는 오히려 늘어 재정 부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화교소학교의 학비는 연간 280만원이고 재학 중인 한국학생은 약 60명인데 지금도 입학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