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스스로 중단할 권리가 있다고 해도 국가가 이를 반드시 법제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대법원에서 첫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아냈던 김모(77) 할머니가 "국가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법률을 만들지 않아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관 9명 중 8명은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지만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해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 의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공현 재판관은 "연명치료 중단은 헌법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과는 무관해 법률을 만들지 않았다고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다"는 다른 논리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김 할머니 측은 인공호흡기를 빼 달라며 법원에 낸 소송과 별도로 작년 5월 헌법재판소에 이번 헌법소원을 냈다.

김 할머니는 작년 2월 폐암 여부를 확인하는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는데 자녀들은 "기계장치로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5월 이를 인정하는 사상 첫 판결을 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으나 김 할머니는 의료진과 법원의 예상을 깨고 스스로 호흡하며 지금까지 생존해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