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공주 마곡사 스님과 신도 등은 지난 9월23일 사찰 인근에 2000여평의 생태농장을 조성해 배추를 심었다. 잡초만 무성하던 땅을 개간해 만든 생태농장은 노동을 수행의 방편으로 강조한 백장선사의 가르침을 실천한다는 뜻에서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생태농장의 배추 5000포기를 수확해 김장을 담갔다. 인근 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다문화 가정 등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자비의 김장나눔 한마당'이 펼쳐진 마곡사 경내 연화당과 대광보전 앞마당은 높이 50㎝,사방 5m의 절임용 풀장과 양념용 고무함지박,책상,김치통 등으로 가득했다.

마곡사는 이렇게 담근 김장김치를 10㎏들이 통 1000개에 담아 25일 이웃들에게 전했다. 쌀값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근 농민들이 재배한 쌀 10㎏들이 1000포대도 구입해 지원했다.

25일 오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이완구 충남도지사,주호영 특임장관 등 각계 인사 1000여명이 김장 나눔 행사에 동참했다. 지방 교구본사의 김장나눔 행사에 총무원장까지 나선 것은 지난 8월 취임한 주지 원혜 스님의 진산식(취임식)을 대신해 자비의 나눔행사를 마련했기 때문.지역의 독거노인 초청 다과회와 한 · 양방 무료진료,침 시술 등의 행사도 마련했다.

원혜 스님은 "성대하고 화려한 취임식보다는 이웃과 함께 하는 행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과 지역민의 고통을 나누면서 희망을 보시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