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자산운용과 하나은행이 장외 파생상품을 팔았다가 가입자 214명에게 손해액 전부를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부장판사 임범석)는 주식연계펀드(ELF)에 투자했다 투자금을 모두 날린 강모씨 등 214명이 우리자산운용과 수탁사인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낸 투자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손해금 61억원을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펀드 불완전 판매에 대해 법원이 자산운용사와 수탁사의 책임을 100%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투자상품 변경을 자산운용사의 재량 행위로 본 이전의 법원 결정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상급심 결과가 주목된다.

재판부는 "자산운용사에 포괄적 재량권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투자자와 약정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당초 약정한 장외파생상품 거래 상대방과 계속 거래할 수 없게 됐다면 투자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거래 상대방 변경에 대한 동의를 받거나 투자금을 반환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강씨 등은 2007년 6월 해외 금융사인 BNP파리바가 발행하는 장외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우리자산운용의 '우리투스타파생상품KW-8호'에 가입했다. 펀드 규모가 당초 약정했던 280억원을 넘어서면서 BNP파리바와 계속 거래할 수 없게 되자 우리자산운용은 임의로 투자상품을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하는 상품으로 변경했다. 이후 강씨 등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투자금 전액을 날리게 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우리자산운용을 감시해야 할 수탁자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연대 배상 책임을 물었지만 우리은행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해서는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손해액을 강씨 등의 주장대로 투자원금(76억원)으로 산정하지 않고 기존 거래처를 유지했을 경우 얻게 될 투자금(61억원)으로 계산했다.

앞서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부장판사 정호건)는 같은 상품에 대해 강모씨 등 52명이 18억원을 돌려달라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운용사 측의 손을 들어주는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높은 투자 수익을 위해 자산운용사는 투자 상품을 임의로 변경하는 재량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이 투자금 전액을 실제 회수할 수 있는지는 상급심 판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우리자산운용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의 조상욱 변호사는 "투자설명서에는 거래 상대방이 기재돼 있지만 거래 상대방을 임의로 변경하지 못한다는 제한 내용이 없다"며 "1심 판결이 엇갈리는 만큼 항소해 시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