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3년후 상환 않으면 강제징수…무소득 땐 유예
"저소득층은 오히려 불리" 지적도


내년부터 전격 도입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대학생들이 등록금에 필요한 돈을 정부로부터 빌린 뒤 재학 중에는 이자를 내지 않고 취업 후 소득이 생기면 수년간 나눠 갚도록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현행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제와 비교했을 때 재학 중 이자 부담이 없어지고 일정 소득을 전제로 갚게 되므로 무조건 상환 의무에 따른 신용불량자 양산을 줄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이 생기면 국세청의 조세 징수 시스템에 의해 월급에서 상환액이 원천 징수되고 졸업 후 3년이 지났는데도 갚지 않으면 소득 조사를 거쳐 강제 징수에 들어가는 등 상환기준이 엄격해 대출 때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엄격한 상환기준에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경우 학자금 무상지원 및 무이자 대출이 없어져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현 제도보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어떻게 시행되나 = 취업 후 상환제는 내년 1학기부터 시행되며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1월께부터 대출받을 수 있다.

내년 대학에 들어가는 신입생부터는 무조건 새 제도를 이용해야 하고 재학생은 현행 대출제와 새 제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대출 대상은 소득 7분위(연소득 약 4천839만원) 이하 가정의 35세 이하 대학생으로 직전 학기 성적이 C학점 이상, 12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신입생은 성적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한도 없이 등록금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고 등록금과 별도로 생활비로 연 2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교내외 장학금을 받거나 은행 등에서 대출받으면 대상에서 제외되고 소득 8~10분위 가정의 학생에게는 현행 대출 방식이 적용된다.

다자녀 가구의 셋째 이상 자녀부터는 소득 분위와 관계없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졸업 후 취직 등을 통해 본인 소득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의 100%가 되는 시점부터 상환 의무가 발생하며 상환율은 20%다.

올해를 기준으로 한다면 소득이 연간 1천592만원 이상이 되면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또 상환율이 20%라는 얘기는 기준소득을 초과하는 액수의 최소 20%를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A씨의 초임 연봉이 2천500만원이면 기준소득 1천592만원을 뺀 나머지 908만원 가운데 20%인 182만원을 1년간 상환해야 한다.

A씨가 20세부터 한 학기 400만원씩 4년간 총 3천200만원을 대출받고 28세에 취직했다고 가정하면 이 같은 방식으로 따졌을 때 원금 3천200만원에 8년간의 이자 974만원을 더한 총 4천174만원의 원리금을 16년간 갚게 되는 것이다.

근로소득자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조세 징수 시스템에 따라 상환금을 원천 징수하고 종합소득자는 소득 신고 후 납부하도록 할 계획이다.

졸업 후 3년이 지났는데도 상환 실적이 없으면 결혼 여부, 소득ㆍ재산 현황 등을 따져 상환 개시 통보 절차에 들어간다.

이 경우 여전히 소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면 원리금 상환이 계속 유예되고 상환을 하다 중간에 실직해 소득이 끊겨도 역시 상환이 유예된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나 부동산, 토지 등 소득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재산이 있고, 이 금액이 기준소득(2009년 기준 1천592만원)을 넘는데도 상환하지 않으면 상환 개시 통보를 하게 된다.

미혼자는 소득인정액이 기준소득의 1.5배를 넘을 경우, 기혼자는 본인과 배우자의 합산 소득인정액이 기준소득의 1.8~2배를 넘을 경우 상환 개시 대상이 된다.

상환 개시를 통보했음에도 1년 동안 갚지 않으면 의무 상환액은 강제 징수하고 미상환 원리금에 대해서는 전액 상환 개시를 통보하며 상환이 어려우면 보증 입보와 함께 일반 대출로 전환한다.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 출국 3개월 전까지 이주 사실을 신고한 뒤 전액 상환하거나 일반 대출로 전환해야 하며 유학생은 출국 40일 전까지 학업 및 상환계획을 신고하고 귀국한 뒤 상환을 시작하도록 했다.

◇ 문제점은 없나 = 취업 후 학자금제의 가장 큰 장점은 학업 중 이자 부담을 없애고 본인의 상환 능력(소득)에 따라 갚아나가도록 한 것이지만 상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현행 학자금 제도는 원리금을 부모가 대신 갚아줄 수 있지만 취업 후 학자금제는 본인 소득에 따라 원천 징수하는 방식이어서 본인이 직접 갚아야 하는 책임이 커지게 된다.

졸업한 지 3년이 됐는데도 상환 실적이 없으면 소득 조사를 통해 강제 상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규정 또한 부담일 수 있다.

물론 `소득이 있으면 갚아야 한다'는 원리에 입각한 것이고 소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면 상환이 유예되지만 결혼 후 취직 대신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한 대출자 등은 결국 배우자에게 상환 책임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취업이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장기 미상환자가 늘어나 원리금을 받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국가 재정 손실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은 지금보다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행 대출제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무상 장학금 450만원을 지원하고 소득 1~3분위 학생에게는 무이자 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취업 후 학자금제에서는 무상 및 무이자 지원이 아예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4년간 총 3천200만원을 대출받으면 새 대출제에 따른다면 원리금이 4천174만원으로 종전보다 974만원 늘어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만약 연 700만~800만원 가량 되는 사립대 등록금을 모두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취직 시점에 갚아야 할 원리금이 총 4천600여만원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기존 제도를 이용했을 때의 원리금(1천870여만원)보다 2천700만원 이상을 더 갚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결국 저소득층은 더 가난해지게 하고 청년 취업자도 장기적으로 빚을 지고 살게 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교과부 김차동 인재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현행 제도는 저소득층에게 무상, 무이자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거치 기간이 끝나면 소득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원리금을 상환토록 함으로써 결국 신용 불량자를 양산한다"며 "상환액 자체는 늘어날 수 있으나 소득 수준에 따라 내게 한다는 점에서 새 제도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내년 시행을 위해 총 1조672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올 연말까지 관련 법 제ㆍ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며 제도를 운영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또 대학과 등록금 인상 억제, 장학금 확대, 취업률 제고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대출 기준에 성적이 명시된 점을 감안해 대학정보공시 항목에 대학별 학점 부여 비율을 추가하는 등 엄격한 학사 관리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