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1월13일자 A38면

이제민 연세대교수ㆍ경제학

세계 각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이익을 거둬가는 단기 투기자본(핫머니) 폐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해외에서 들어오는 투자자금이 국내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 또는 국내 금융사나 기업에 장기 대출을 하는 경우는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필자는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인 자본투자와 다른 단기 투기자본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단기 투기자본이 국내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투자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강세장을 연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나빠지거나 위기가 닥칠 기미가 보이면 바로 철수하는 게 단기 투기자본의 속성이다.

이 때문에 환율이 급등락하고,각국 중앙은행은 외환위기에 대비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쌓아야 한다.

단기 투기자본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하지 못한 것은 한 나라만 토빈세와 같은 세금을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할 경우 국제 금융자본이 그 나라를 외면하고 전혀 투자를 하지 않게 돼 금융거래가 급감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설명한다. 1980년대 토빈세 모델을 따서 주식시장 거래세를 도입했던 스웨덴이 좋은 사례다.

지금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단기 투기자본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 정부가 단기성 달러화 자금 유입에 대해 금융거래세 2%를 부과하기로 했다. 최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12개국 각료들은 토빈세 도입 문제를 연구할 전문가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기도 했다. 국제적 공조가 이뤄진다면 단기 투기자본 규제가 불가능한 게 아니다. 필자의 주장대로 우리나라가 내년 G20 의장국이 되었기에 더더욱 토빈세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