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로법에 징수근거 없다"…다른 지자체에 영향줄듯

서울시가 도로 위에 설치된 전선에 대한 점용료를 내라며 한국전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재정 기반 확충을 위해 전선 점용료를 부과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잇딴 움직임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정진경 부장판사)는 서울시가 한국전력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도로법 시행령에는 전주(전봇대)에 대한 점용료 산정기준만 있을 뿐 전선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다"며 "이는 도로 위에 설치된 전선에 대해선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고려해 별도의 점용료 등 사용 대가를 징수하게 않겠다는 취지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공법인 도로법이 사법인 민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도로법에 전선의 도로 점용료 징수 근거가 없다고 해도 민법을 적용해선 안된다는 논리다.

서울시는 현재 한전에서 시내 16만개의 전봇대에 대해 연간 1개당 925원, 총 1억5천만원의 도로 점용료를 받고 있지만 전선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시는 작년 12월 한국전력을 상대로 강남구 역삼동(도곡동 길)과 노원구 상계동(동부간선도로) 일부 도로의 지상에 설치된 고압전선에 대한 5년간의 점용료로 37억원(감정평가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시는 이 소송에 이길 경우 시내 전역에 설치된 전선으로 소송을 확대할 방침이며, 이 경우 전체 도로 부지의 면적과 가격, 점유기간 등을 감안할 때 소송액이 무려 1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주시와 울산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국토해양부에 도로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하는 등 전선 점용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일본이 전선 점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법과 사법을 별개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여서 순수하게 법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 재판부에서 정책적인 판단을 한 것 같다"며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