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반포사격장 화재 교훈에도 법령 미개정

2006년 4월25일 오후 1시30분 서울 반포동의 한 지하 사격장에서 사격을 즐기던 일본인 관광객들이 갑작스런 불에 혼비백산해 뛰쳐나왔다.

권총에서 나온 불티가 사격대 바닥에 떨어져 화약으로 튀어 옮겨 붙으면서 불이나 종업원 1명이 숨지고 일본인 관광객 3명을 포함해 6명이 크게 화상 등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일주일 뒤인 그해 5월1일 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은 전국 사격장의 화재 예방 실태를 특별 점검했다.

반포 사격장 화재 사고를 계기로 사격장 화재 안전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점검 대상은 실내사격장을 비롯한 전국 69개 사격장의 불연재 사용, 스프링클러 설치 및 작동, 환기시설 설치, 화재 발생시 피난시설 유무 등이었다.

점검 결과 반포동 사격장을 포함한 대부분 실내 사격장은 `근린생활 시설'로 분류돼 일반소방법의 적용을 받아 스프링클러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 규정상 근린생활시설은 바닥 면적이 1천㎡ 이상인 건물에만 스프링클러 등을 갖추게 돼 있어 규모가 작은 대부분의 실내 사격장은 소화기 등 기본적인 설비만 갖추면 안전 기준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실내 사격장은 좁고 밀폐된 곳에서 화기를 다루는 위험한 공간이고 주요 이용층이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어서 사고가 나면 외교적 망신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이후 실내 사격장의 화재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법령 개정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소방 당국의 이 같은 `안전 불감증'은 결국 3년6개월 뒤 대참사를 불렀다.

지난 15일 부산 실내 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30분 만에 일본인 관광객 7명이 포함된 10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도 경찰과 소방방재청은 부랴부랴 전국 118개 사격장 안전관리 실태 점검을 했다.

그러나 이 사격장도 반포 사격장과 마찬가지로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스프링클러 등을 갖추지 못했지만 일주일 전 경찰과 소방당국의 안전 점검을 무사 통과한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3년여 전과 달라진 것은 소방방재청이 이제야 실내 사격장 등 화재 취약시설에 대한 관리 법령을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실내 사격장 화재 참사는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사격장 구조에 대한 안전 기준이 바뀐다고 해도 이는 신설 사격장에 한정돼 기존 사격장은 위험한 구조가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17일 "부산 사격장 참사를 계기로 실내 사격장의 화재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령이 바뀐다고 해도 이를 소급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실내 사격장의 경우 여전히 스프링클러가 없고 대피로도 제대로 없으며, 불에 잘 타는 마감재로 채워져 있어도 행정적으로 제대로 된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뜻이어서 관계 당국의 보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