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흑인으로 태어난 한 여성이 백인처럼 완벽하게 하얀 피부를 갖게 된 사연이 언론에 보도됐다. 5세부터 시작된 백반증이 전신에 퍼지면서 17세 무렵 온몸의 피부가 하얗게 변한 특이 사례였다. 지난 6월 사망한 '팝의 황제'마이클 잭은 백반증이 나타나 검은 피부보다 하얗게 변한 부위가 많아지자 검은 피부를 백반증 피부색처럼 하얗게 탈색하는 치료를 선택한 경우였다.

백반증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통증을 느끼는 질환은 아니지만 조기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계속 번지고 적잖은 심리적 부담감을 준다. 국내 전체 인구의 1%에서 나타나며 10~30세에 가장 흔하고 절반가량이 18세 이전에 발병한다. 가족력 또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하나 물리적 손상,자외선에 의한 일광화상,임신과 출산,수술,사고,정신적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도 크다. 의학적으로는 피부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겨 면역세포들이 피부에 존재하는 정상 멜라닌 세포를 비정상적으로 인식해 공격한다는 '자가면역질환 가설'이 유력하다.

백반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분절형 백반증은 대체로 신체의 왼쪽이나 오른쪽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흰색 반점이 생기는 양상을 보인다. 처음 발병 후 진행 속도가 빨라 표피뿐 아니라 진피에 있는 모낭의 멜라닌 세포까지 파괴하기 때문에 모발이나 체모가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빨리 퍼지는 대신 어느 정도 진행되다가 멈춰 전신으로 확산되지는 않기 때문에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비분절형 백반증은 국소 부위에 한두 개 반점이 있다가 갑자기 전신으로 퍼지기도 하고 초기부터 광범위하게 번져 있는 경우도 있다. 입술이나 질 · 성기 등의 점막에 나타나는 점막형,손발 끝이나 얼굴에 나타나는 안면말단형,온몸 여러 곳에 산재하는 심상형,정상피부가 거의 없을 정도로 확산된 전신형으로 분류한다. 국소부위만 백반증을 보이다가 언제라도 전신으로 퍼질 수 있어 진행 속도 예측과 치료가 쉽지 않다. 비분절형이 분절형보다 많다.

백반증은 반점이 나타난 후 6개월 이내에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백반증이 생긴 곳이 노출되는 부위가 아니거나 크기가 작아 별것 아니라고 지나치다가 확산된 후에야 병원을 찾아오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백반증은 우드등(wood lamp) 검사가 필수적이다. 이 등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병변에 비추면 백반증 부위가 좀 더 선명하며 하얗고 뚜렷한 경계를 보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초기 단계이거나 유아 환자일 경우 스테로이드 제제를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는 약물치료를 한다. 병원을 찾아 세밀한 진단을 받고 치료약의 농도와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로 장기간 치료하면 피부위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므로 단기간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에는 면역억제제인 타크로리무스,피메크로리무스 성분의 연고를 바르는 치료법이 확산되고 있다. 스테로이드 제제와 달리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이 크지 않다.

부위가 넓고 오래된 경우 광선요법(자외선치료)이 일반적인 치료법이다. 옥소라렌을 먹거나 바른 후 자외선A만을 쬐어 피부 속 색소세포를 자극하는 것으로 공중전화 부스 크기의 커다란 원통 안에 들어가 자외선을 쐬게 된다. 이때 백반증이 없는 부위는 옷이나 천으로 가린다. 보통 주 2~3회,6~12개월 치료하는데 반응이 좋을 경우 90% 정도가 완치된다. 한번 치료에 2만원 안팎이 든다. 점막형 · 안면단말형 백반증 및 흰털이 보이는 경우는 잘 개선되지 않으며 소아 및 임산부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눈 부위의 백반증은 치료와 관리에 불편함이 많다. 이 밖에 단파장의 자외선B만을 쏘는 방법도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데 옥소라렌을 쓰지 않으므로 더 편하고 안전하다.

특정 부위에만 생기는 부분적인 백반증은 엑시머레이저를 이용한 치료가 최근의 트렌드다. 백반증 부위에만 308nm 파장의 자외선을 조사해 멜라닌 색소를 형성시키는 방법으로 광선요법의 절반~3분의 1 수준으로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효과는 서너 배 높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목위의 얼굴,팔,허벅지 아래의 다리 같은 노출 부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몸통이나 엉덩이처럼 옷으로 가려지는 부위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엑시머레이저로 자외선을 조사할 수 있는 범위는 500원짜리 동전만 하다. 동전 2개만한 크기를 한 번 치료하는 데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면 9500원이 든다. 엑시머레이저는 백반증이 크기가 작은 부위에 국소적으로 나타날 때에는 적합하지만 넓은 부위에는 비효율적이어서 광선요법이 더 유리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류지호 아름다운나라피부과 명동점 원장,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