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고 비닐하우스 만든다고 보상을 더 받는 게 아닙니다. "

보금자리주택 추가 지정, 4대강 사업 착수 등으로 정든 집과 생계수단인 땅을 내놔야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자연히 더 많은 보상을 노린 '보상 투기'와 작은 보상금에 항의하면서 공청회를 무산시키는 등의 불법행동도 속출하고 있다.

15년째 보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강산의 김은유 변호사(40 · 사진)는 "원주민들의 기존 대처 방식은 보상법을 잘 몰라서 이뤄지는 잘못된 대응"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보상 투기를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라고 단언했다. 사업시행자는 위성사진 현황사진 등을 확실히 확보해두고 있다. 어느 것이 보상 투기용인지 훤히 안다. 그럼에도 보상 투기를 일부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사업진행을 빨리 하기 위해서다. 보상 투기를 한 사람은 쉽게 수용에 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원주민에게 주어지는 전체 보상금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시행자는 지장물에 대한 보상금액을 올리면 슬그머니 토지 건물 등에 대한 감정평가액을 깎는다. 김 변호사는 "시행자가 미리 정해둔 보상금을 초과해 보상이 이뤄지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시행자가 원주민을 상대로 실시하는 공청회를 무산시켜서는 안 된다. 보상법은 공청회가 두 번 무산되면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하고 있다. 감정적인 행동이 시행자에게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

김 변호사가 말하는 보상비법은 '법대로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상법은 너무 완벽해 그대로 따르면 사업 시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때문에 시행자가 법이 정한 절차를 그대로 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 변호사는 "사업 초기에 원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법을 그대로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협상의 주된 목표는 생활대책이 돼야 한다고 김 변호사는 본다.

주변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내 집을 내놓은 원주민이 세입자로,내 땅에서 농사짓던 사람이 임차농으로 전락하는 경우를 막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원주민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행정중심도시나 아산 탕정신도시에선 원주민들의 생활대책 요구가 받아들여져 함바식당운영권,주차장위탁관리권,원주민을 위한 아파트 등이 생겨 자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