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서 발달한 구름, 서풍, 영하 기온 합작품

14일 밤부터 15일 새벽 사이에 서울을 비롯한 중부 내륙과 서해안 지역에 첫눈이 관측된 것은 서해 상공에서 발달한 구름과 바람, 기온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통상 차갑고 건조한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바로 받으면 대체로 맑지만 대륙고기압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위를 건너면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 한반도 주변 바다는 따뜻하고 수증기가 많지만 그 위를 지나는 대륙고기압 공기는 차고 건조해 상하층 간의 큰 온도 차 탓에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구름이 생성되는 것.

실제로 지상에서 1.5㎞ 상공의 대륙고기압 기온은 영하 9도 정도인데, 서해 덕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는 15도로 온도 차가 무려 24도 정도 난다.

바다의 수증기가 유입돼 생성된 구름은 때마침 분 서풍을 타고 서울을 비롯한 중남부 지역 상공으로 이동한다.

겨울철에는 우리나라 쪽으로 북서풍이나 서풍 계열의 바람이 주로 분다.

여기에 영하의 기온은 구름을 이루고 있다가 무거워지면 하강하게 되는 물방울을 지표면 부근에서 결빙시켜 눈으로 바뀌게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겨울철에 눈이 내리는 주요 원인은 찬 대륙고기압이 바다를 건너오면서 수반하는 구름 때문"라며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에 따라 눈이 내리는 지역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또 "겨울이 다가오면서 찬 대륙고기압이 북서기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확장하고 며칠 뒤 상대적으로 포근한 이동성고기압으로 성질이 바뀌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에 기상청이 미처 예보하지 못할 정도로 기습적인 첫눈이 관측됐지만 쌓이지는 않았다.

적설량은 종로구 송월동 관측소에서 최소 0.1㎝ 이상의 눈이 쌓이고 지표면의 절반 이상이 눈으로 덮일 때 공식적으로 기록되지만 이번 첫눈은 그럴 정도가 아닌 '무늬만' 첫눈이었던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