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포함 6명 중화상..휴게공간서 첫 발화 삽시간에 번져

14일 부산에 있는 실내 실탄사격연습장에서 불이 나 일본인 관광객 등 10명이 숨지고 6명이 중화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불이 난 사격장은 평소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일본인들의 피해가 컸다.

◇화재 발생
이날 오후 2시26분께 부산 중구 신창동에 있는 5층 건물 중 2층에 위치한 가나다라 실내 실탄사격연습장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났다.

이 불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일본인 관광객 2명 등 모두 10명이 사망하고, 여행가이드 문모(49) 씨 등 6명이 중화상을 입고 부산대와 동아대 등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10명 가운데 7명은 2층 사격장 휴게실에서 발견됐으며 부상자 가운데는 중태자가 다수 포함돼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불은 또 사격장 내부 277.43㎡를 모두 태워 소방서 추산 2천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30여분만에 꺼졌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금성환(51) 씨는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더니 사격장에서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가 치솟아 119에 신고했다"며 "일본인 관광객들이 온 몸에 불이 붙어 건물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 김미자(60.여) 씨는 "2층 사격장 아래 1층 출입구에 다른 여성 2명과 함께 앉아 있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거센 바람소리가 났다"며 "본능적으로 2층 사격장 출입구 쪽을 바라봤더니 사격장 출입구 유리창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건물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었다"고 사고 당시를 전했다.

◇일본인 관광객 피해 왜 컸나
경찰에 따르면 일본인은 이날 오후 세일여행사를 통해 부산 국제시장 관광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행사 가이드 1명이 일본인 9명을 인솔해 국제시장을 쇼핑하고 이 사격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현재 확인된 사망자는 2명이지만 당시 사격장을 찾은 일행이 9명이었던 점으로 미뤄 숨진 사망자 10명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부상을 당한 하라다 요헤이(37) 씨 일본인 3명은 동아대와 하나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일본인 관광의 주요 코스에 실탄사격 일정을 넣고 있다"며 "이들도 실탄사격을 위해 이 건물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해운대와 서면, 중구, 영도 등 4곳의 실내 실탄사격장이 있으며, 이번에 사고가 난 중구와 영도에 있는 사격장에는 평소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이다.

◇경찰수사
경찰은 격발이 이뤄지는 사격장 내부는 불에 타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사망자 가운데 시신 7구가 2층 사격장 앞 휴게공간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불이 휴게실 쪽에서 먼저 발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격장은 2층 출입구 앞에 화장실과 휴게실이 있고, 휴게실 맞은편에 사격장과 탄약고가 붙어 있는 구조다.

경찰은 사격장과 탄약고 쪽은 불에 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휴게공간 쪽에서 인화물질 등 무엇인가에 의해 불이 발화돼 삽시간에 큰 불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과 CCTV를 확보하고 화재감식을 통해 화재원인을 정확하게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사격장 측의 안전의무 위반과 소방점검 등이 제대로 이뤄져 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수습
부산시는 부산중구청에 사고대책상황실을 실치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시신 안치와 향후 일본인 사망자의 이송문제 등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는 특히 피해자 가운데 일본인 관광객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 신속한 신원파악과 함께 사후 처리문제를 정부 측과 논의해 예우에 맞게 신중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에게 신속한 사고수습을 당부했다.

일본영사관측도 사고현장에 직원을 보내 피해자 신원파악과 함께 정확한 사고경위 파악에 나섰다.

소방방국이 밝힌 사망 및 부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사망자 =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일본인 2명 등 10명
▲부상자 = 문민자(67.여), 임재훈(32), 하라다 요헤이(37), 카사하라 마사루(38), 사미다 아키라(37), 50대 신원미상 남자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오수희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