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프거나 위급한 상황이 생겨 응급실을 찾는 경우 외래 진료나 입원 치료와는 달리 불편함을 느끼기 쉽다. 진료와 입원 결정이 지연되거나 침상이 없어 의자에 앉은 채 진찰을 받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은 진료비를 지불하기도 한다.

응급실은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 혹은 주변 사람들의 판단으로 즉각적인 의료적 도움이 필요할 때 가야 한다. 예컨대 어린 자녀의 코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울거나 불편함을 호소해도 부모나 주위 어른들이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응급환자가 아니다.

응급환자는 법률에 따라 규정되고 해당 여부는 응급의사가 결정한다. 갑자기 몸이 아플 경우 낮에는 1,2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되지만 밤에는 제일 가까운 응급실을 가는 것이 좋다. 흉통이 시작되고 숨이 답답해지는 등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의 응급 증상이 생겼다면 지체하지 말고 어느 때든 응급실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는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119구급대를 이용하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하다.

응급환자라면 일반 외래 진료와 달리 1,2차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료의뢰서가 없어도 건강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응급환자는 응급의료관리료(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3만3630원)의 절반을 본인이 내야 한다.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로 분류되면 관리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초기 응급 처치 이후에 이뤄지는 치료는 보험이 적용된다. 아울러 야간 응급실 이용은 1,2차 의료기관의 야간진료와 마찬가지로 약 2만원의 비용을 더 내야 한다.

응급센터도 등급이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 순으로 규모가 크고응급 대응능력도 우수하다. 권역 및 전문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3년차 이상의 전공의나 전문의가 진료한다. 다수의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학과 또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가 응급환자를 맞지만 일부는 일반의(비전문의)가 진료하기도 한다. 다만 일반의라도 응급실만 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응급의료 대처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번쯤 응급실에 가본 사람은 주로 시간 지연에 불만을 갖는다. 응급실에서는 1차 진료 후 환자의 의심 증상과 손상 정도에 따라 혈액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MRI)등을 한꺼번에 실시한다. 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데 1~2시간이 걸리므로 매우 오래 기다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해다. 일반 외래 진료로 치면 1차 진료,검사,판독,2차 진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응급진료이므로 기실 응급진료는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 예컨대 맹장염의 경우 확진만 되면 수술이 간단하지만 진단은 의외로 까다롭다. 처음에는 명치 쪽이 아프다가 복부의 가운데로 통증 부위가 옮겨지고 나중에는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게 되기 때문에 위염 장염과 혼동될 수 있다. 또 모든 맹장염 환자가 이 같은 경과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맹장염이 의심되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면 진통제를 투여함으로써 수월하게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쓰게 된다.

진료가 늦어지는 또 하나의 요인은 여러 진료과 전문의의 협진이 필요해서다. 해당 진료과에 연락해 전문의가 응급실에 도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절반 이상을 응급실에서 진단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만큼 해당 전문의의 견해가 중요하고 오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진료가 지연됨을 양해해줘야 한다.

입원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다행이다. 입원해 치료할 것인지,외래로 통원치료할 것인지,어느 진료과가 적당할지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위급한 상황은 아닌 것이다. 응급실에 갔는데 침상에 눕히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서 진료를 받았다는 불만도 종종 나온다. 다친 정도가 아주 경미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응급실의 경우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를 철저히 분류해 경미한 경우에는 앉아서 대기하고 내원한 순서대로 진료를 받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먼저 온 순서가 아니라 증상이 위태로운 순서대로 진료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경미한 출혈보다는 갑작스런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을 우선 진료하게 된다.

환자는 응급의로부터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수술을 시행할 마땅한 의사가 없거나,수술실 또는 입원실이 꽉 차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이 가능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즉시 수술이 이뤄질 수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현명하다.

정윤석 < 아주대병원 교수ㆍ경기남부, 권역응급 의료센터 소장 >

▶▶▶ 응급환자로 분류되는 경우

-갑자기 흉통이 시작된다.

-운동이나 움직임에 비해 지나치게 숨이 차다.

-갑자기 두통 편마비 언어장애 시력소실 의식 소실 등이 나타난다.

-출혈이나 외상이 심하다.

-유해물질을 삼켰거나 약물중독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된다.

-야간에 심한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