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능시험이 치러진 12일 제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하지 못한 수험생이 수능본부의 허락을 받아 인근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등 전국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응시 사례가 속출했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서울 A여고 이모(18)양은 교통체증으로 도저히 입실완료 시간인 오전 8시10분까지 서울의 시험장까지 갈 수 없게 되자 경찰의 안내를 받아 일단 가장 가까운 시험장인 파주 봉일천고교로 갔다.

이양의 사정을 들은 봉일천고 수능 담당자는 이양이 배정된 고사장을 관리하는 서울 서부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시험이 끝나는 오후 6시에 이양의 답안지를 넘겨주기로 하고 그곳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다.

수원 태장고가 시험장인 한 수험생은 전철로 수원역에 내렸지만 차를 잡지 못해 입실시간을 10분 넘게 초과하자 부근에 있던 경찰의 도움을 받아 순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이 수험생을 위해 시험장 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전했고 관리본부 측은 시험이 시작되는 오전 8시40분 이전에만 도착하면 입실을 허용하기로 해 이 수험생이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배려했다.

지난 5일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으로 응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던 고양 정발고 고모(18)군은 전날 저녁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해 입원 중인 일산 백병원에서 시험을 쳤다.

제주에서는 재수생 오모(19)군이 오전 7시18분께 자기 집 화장실에 갇혀 20분 이상 나오지 못하다가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시험장으로 향하는 일도 있었다.

신종인플루엔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분리시험실을 설치하는 등 긴장감 속에 치러진 이날 시험에서는 이로 인한 해프닝도 잇따랐다.

전남 나주 금성고 분리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던 A(19)군은 2교시에 갑자기 고열을 호소, 구급차가 출동하고 의료진까지 대기했지만 잠시 뒤 열이 내리고 본인이 그대로 시험을 보겠다고 해 병원행을 취소했다.

경기 의정부 시험장에서는 신종플루 확진자와 의심자를 같은 교실에 수용했다가 시험 직전 다시 분리하는 일이 일어났다.

연천.포천.양주지역에서 온 신종플루 의심 수험생 3명은 확진 수험생 1명과 한 교실에 배치하자 항의했고, 관리본부는 즉시 이들을 다른 교실로 분리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관리본부 관계자는 "잠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수험생들에게 수송 편의를 제공했고 시계가 없어 애태우던 수험생에게 시계를 빌려주기도 했다.

대구 경찰은 수험표를 집에 두고 왔다는 112 신고를 받고 수험생의 집으로 순찰차를 보내 수험생 부모와 함께 수험표를 시험장까지 수송했고 입실 마감 시각이 지나 신분증을 두고 온 수험생을 위해 집에서부터 시험장까지 '신분증 특별 수송작전'을 펼쳤다.

인천 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심규범 경사는 시험장에 시계를 갖고 오지 않아 애태우던 수험생 전모(18)양에게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선뜻 빌려줘 안심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도왔다.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재학생들의 응원전 자제령이 내려진 가운데서도 대전과 울산 등지에서는 후배들의 응원 열기가 두드러졌다.

대전시 중구 대전고 정문 앞에서는 재학생 200여명이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현수막을 내건 채 징과 북을 울리며 선배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울산 남구 학성고 앞에서는 고교생 20여명이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 선배들에게 큰절을 하며 응원했고 울산여고와 학성여고 고사장 앞에서는 후배들이 수험생들에게 사탕과 차를 나눠주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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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전.제주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