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에 폐렴합병증 예방효과"

탤런트 이광기씨의 아들이 신종플루 감염 후 폐렴합병증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돼 또다시 폐렴구균 백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내년에나 백신 접종 차례가 돌아오는 어르신이나 만성질환자에게는 폐렴구균 백신이 사망률을 떨어뜨리는 데 일부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종플루 폐렴합병증 일부 예방 = 11일 현재 국내 신종플루 사망자로 공식 집계된 52명 가운데 44명이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은 내년에나 시작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종플루 등 독감이 악화되면 급성폐렴이나 늑막염, 뇌수막염 합병증이 발생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처럼 사망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원인균이 폐렴구균이다.

65세 이상이 폐렴구균 폐렴에 걸리면 사망률이 20%나 되며 85세 이상은 40%에 이른다.

폐렴구균 감염의 유형으로는 폐렴 외에도 중이염, 급성부비동염, 수막염 등이 있다.

폐렴구균 백신은 중증 합병증의 원인이 되는 폐렴구균의 감염을 막는 효과가 있다.

즉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신종플루의 주요한 합병증인 일부 폐렴을 예방할 수 있는 것.
스페인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1만1천2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폐렴구균 백신 '프로디악스23'을 투여한 결과 폐렴구균 질환 발병 위험이 45% 줄었으며 폐렴 사망률도 59%나 감소했다.

가톨릭대의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정현 교수는 "폐렴구균에 의한 2차 감염은 65세 이상 성인과 만성심폐질환, 당뇨병 등 고위험군 환자의 주요 합병증이자 사망원인"이라며 "신종인플루엔자도 세균성폐렴 합병증이 적지 않으므로 이들 고위험군 환자는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면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만성심폐질환, 당뇨병, 노인에 접종 권장 = 하지만 모든 사람이 폐렴구균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

건강한 사람의 호흡기에서는 흔하게 폐렴구균이 있지만 면역력 때문에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문제는 울혈성심부전이나 심근병증 등 만성심혈관계 환자와 만성폐질환자(만성폐쇄성폐질환, 폐기종), 당뇨병 환자, 알코올중독, 만성간질환자, 비장 손상 환자, 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만성신부전 환자, 65세 이상 등 고위험군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김미화 공보이사는 "폐렴구균은 일반인의 약 4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세균으로 건강할 때에는 문제가 없지만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에서는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며 "신종플루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신종플루 백신을 맞지 못한다면 폐렴구균 백신으로 합병증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투여받고 있는 사람은 부작용 우려가 있으므로 치료와 일정 간격을 두고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

또 임신부나 수유부에게는 일반적으로 이 백신이 권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폐렴구균 백신이 신종플루 백신을 대체할 수 있거나 폐렴 합병증을 모두 예방한다는 기대는 금물이다.

고대의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신종플루는 기존 계절독감과 달리 젊은층에서 바이러스성 폐렴을 많이 일으키는 것 같다"며 "폐렴구균 백신은 신종플루의 합병증 가운데 세균성 폐렴 합병증, 그 가운데서도 폐렴구균에 의한 것만 일부 예방할 수 있으므로 사망률을 다소 떨어뜨리는 정도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종인플루엔자 확산 초기에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폐렴구균 백신 수요가 급증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백신 공급이 원활해졌다.

국내에는 2세 이상 성인용과 2세 미만이 맞을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이 모두 시판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