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현행 12개부서를 7개실로 줄이는 등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비한 조직 군살빼기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내년 시행 여부를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어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노동계 전반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5일 소식지인 '민주항해'를 통해 "노조전임자의 임금 지급이 금지될 경우 노조 자체적으로 전임자 임금을 해결해야 하고 노조의 사업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노동조직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로 노조가 한발 앞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우선 현재의 12개부서를 7개실로 축소하는 내용의 규약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획,총무,조직쟁의,후생복지,산업안전보건,조사통계,법규고충처리,문화체육,교육,선전,편집,고용대책 등 현행 12개 부서를 정책기획,재정지원,조직문화,고용법률,노동안전보건,후생복지연대,홍보편집 등 7개실로 바꾼다. 노조 산하 노동문화정책연구소는 독립연구기관으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오종쇄 노조위원장도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노동계가 정부의 강행 의지를 꺾기위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지난 13년간 유예된 법안을 또다시 유예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한 찬성 입장을 재차 밝힌 뒤 "노조도 이를 계기로 현재보다 전임자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 전문성을 높이고 무책임한 투쟁 일변도 노선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대신 정부에 대해서도 "조합비 세액공제 등을 통해 조합비가 상승해도 조합원이 피해를 보지 않고 노조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조합비를 현행 1% 내외(기본급 기준)에서 2~5% 선으로 올려도 조합원들의 부담은 늘지 않고 노조의 재정적 독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오 위원장은 또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만 보완되면 복수노조도 시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현대중공업만 해도 5~8개의 현장조직뿐 아니라 산업재해노조와 향우회까지 20여개 노조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 2~3년마다 시행되고 있는 단일노조 위원장 선거 대신 교섭대표권을 놓고 노조들 간 지지 경쟁을 벌이는 투표로 바꾸면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