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사체검안서 `급성심장사ㆍ병사'
경찰은 진술ㆍ증거ㆍ정황 근거로 자살추정


4일 오전 별세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사망 원인이 자살인지 아니면 병사인지를 두고 한때 혼선이 빚어졌다.

자살로 알려진지 얼마되지 않아 일각에서 "자살은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는 박 전 회장이 실려가 사망 판정을 받은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작성된 사체검안서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박 전 회장이 사망 판정을 받은지 30분쯤 지난 오전 9시께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는 두산그룹 직원 10여명이 나와 있었고, 이들 중 한 명이 출동한 경찰 관계자에게 검안서를 건네주는 과정에서 일부 취재진에 문서가 노출됐다.

검안서에는 사인이 `급성심장사'로, 사망 시간은 `오전 8시32분 이전 추정'으로 돼 있었으며, 문서 아래쪽에는 `병사'라고 적혀 있었다.

자신을 홍보실 소속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취재진에 "일부 언론에서 사인이 자살이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검안서를 보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두산그룹의 김병수 홍보실 전무도 오후 1시 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사인을 묻는 질문에 "경찰이 일각에서 보도된 것처럼 자살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브리핑을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전 11시30분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박 전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목에 끈으로 졸린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박 전 회장이 성북구 성북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을 당시 집에 있던 가정부와 운전기사 등으로부터 "회장님이 안방 드레스룸 옷장 봉에 넥타이로 목을 매 있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특히 경찰 과학수사팀은 자택 내부를 감식하는 과정에서 안방 침대 옆 금고에서 박 전 회장의 유서를 찾아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오후 브리핑에서 아직 사인을 결론짓지는 않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여러 증거와 진술, 정황 등을 근거로 박 전 회장의 사인을 자살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혼선을 일으킨 사체검안서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원래 심장이 안 좋아 진료받은 적이 있는데 오늘은 심장과 폐가 정지된 상태로 응급실에 왔기 때문에 추정 사인이 심장쪽 문제로 사망한 것으로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박 전 회장의 사인을 좀더 명확히 하기 위해 향후 사체검안서를 작성한 서울대병원 의사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김연정 기자 min76@yna.co.kr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