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금지 가처분신청…민족문제硏 발간 강행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에 협력한 인사들의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을 8일 공개키로 한 가운데 사전에 수록될 예정인 위암(韋庵) 장지연(張志淵.1864~1921)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손이 법적 대응을 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3일 위암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에 따르면 기념사업회와 장지연의 후손들은 지난달 10일 서울북부지법에 "장지연을 사전에서 제외하라"며 게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장지연은 1905년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대표적인 항일논설로 유명하지만, 연구소 측은 그의 이후 친일 성향의 행적을 문제 삼아 친일인명사전에 싣기로 했다.

`경남일보' 주필 시절인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추모시와 일왕 메이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천장절 기념시를 게재하고, 1916년에는 `매일신보'에 총독 환영시 등 다수의 친일성 글을 기고했다는 게 연구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천장절 기념시가 실린 것은 장지연 선생이 경남일보 주필을 그만둔 뒤의 일이다.

연구소가 허위 사실을 사전에 실으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총독 환영시는 장지연 선생이 썼지만 `반어법'을 사용한 시로 사실은 총독을 비웃는 시"라며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도 지난 6월 선생에 대해 `특별법을 적용하기 미흡하다'며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도 지난달 26일 "친일인명사전에 박 전 대통령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는 박 전 대통령이 1940년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한 뒤 1942년 일본 육사 본과 3학년에 편입, 졸업 후 1944년 일본군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는 이유로 그를 인명사전에 포함했다.

지만씨 측은 가처분 신청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일본군'이 아닌 `만주군'에 근무했으며 조선 독립군 토벌 등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어 "조국에 이바지한 것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친일인사로 규정하는 것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구소 측은 "이들의 친일 행각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가처분 신청과 무관하게 발간 보고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장지연이 쓴 친일성 글은 한두 건이 아닌데, 이를 모두 반어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위 결정에 대해서도 "특별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일 뿐 친일행각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규명위도 결정문에서 장지연의 친일행위를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연구소 측은 "만주국은 일제가 세운 괴뢰국으로, 만주군 역시 일본군 아래에 있었다.

더욱이 일본 육사 출신인 그가 일본군이 아니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록대상자의 유족들이 낸 소송에서 연구소가 모두 승소했다.

법원이 계속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