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지하철ㆍ버스서 기침하면 `죄인'

신종플루가 직장인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28일 직장인들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출퇴근길에 직원의 체온을 재거나 사무실 곳곳에 손 세정제나 소독기를 비치하는 것은 이제 일반화됐다.

일부 업체는 직원이 감염됐을 때 해당 부서가 모두 휴가를 내거나,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중에 환자가 나오더라도 휴가를 쓰게 해 완치될 때까지 회사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등 신종플루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안감을 없애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회사 분위기가 흉흉하다는 게 직장인들의 전언이다.

한 외식업체에 다니는 김모(29.여)씨는 "며칠 전 9층에 근무하는 직원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1주일간 쉬었다가 완치됐는데도 동료가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하고 10층 근무자들은 아예 9층에 가는 것을 꺼린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구청의 공무원인 30대 최모(여)씨는 최근 옆자리에 앉았던 공익근무요원이 확진 환자로 판명 난 뒤 주변에서 자신을 피하려는 분위기를 알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감염자가 나오면 옆에 오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옆에 앉았다는 이유로 나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꺼리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토로했다.

이달 말 중국 출장을 떠나는 회사원 박모(35)씨는 "태어난 지 2개월이 채 안 된 딸이 있는데 아내가 최근 출장 후 당분간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라"며 "조심하는 게 상책이어서 친척이나 친구 집에 머무르려 한다"고 전했다.

신종플루가 확산하면서 술자리나 식사 태도도 확 바뀌었다.

종로구 혜화동의 교육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박모(34)씨는 "점심으로 찌개를 먹을 때 반드시 앞 접시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를 만들 때도 잔이 섞이거나 하면 핀잔을 듣기 일쑤다"라고 새 풍속도를 소개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기침하면 죄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태도가 예민해졌다.

분당에서 서울 도심의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대기업 직원 김모(33)씨는 "버스에서 누가 기침이라도 했다 하면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가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려고 한다.

좌석에도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지 않으려 하고 손잡이를 잡는 것도 꺼려진다"라고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교사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진 상태다.

자신의 반 30명 가운데 7명이 의심환자로 결석 중인 서울의 한 초등학교 송모(35) 교사는 "나는 걸려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를 통해 4살배기 아들에게 옮길까 걱정이 된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보건교사는 조만간 백신을 맞을 수 있지만, 일반 교사는 우선접종 대상이 아니다"라며 "요새 학교에서는 임신한 여선생들이 특히 공포에 떨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김연정 기자 min76@yna.co.kr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