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24에만 500명…검사키트 소진에 `발동동'

사건팀 = 24일 밤 신종플루 증세를 보인 자녀를 데리고 서울대병원을 찾은 직장인 A씨는 발만 동동 구르다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종플루 검사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이날 평소보다 크게 늘어 간이검사도구인 검사키트가 동났기 때문이다.

A씨는 "하루에도 수백~수천명씩 새 환자가 생기는데 거점병원이라면서 검사키트도 제대로 준비해 놓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역시 서울대병원을 찾은 한 부모는 "여기 오기 전 고려대 안암병원에 들렀는데 역시 검사키트가 없어 검사를 못 한다고 하더라. 요즘 신종플루 검사를 받으려면 거점병원 2~3곳은 헤매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평소 하루 100여명 정도 의심환자가 오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하루에 400∼500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무더기 환자 발생으로 집단휴교 사태가 잇따르는 상황인지라 증세가 심하지 않아도 단순한 걱정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례도 많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일요일인 25일에도 신종플루 감염을 걱정하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대병원 신종플루 의심환자 외래진료소에서 검사받은 의심환자수는 오후 3시 현재 50여명에 달했다.

병원이 준비한 검사키트 100개는 이미 절반 이상 소진됐고 저녁 시간에 환자가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오후 늦게부터 검사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외래진료소 관계자는 "지난주 월요일(19일)부터 하루 50~60명선이던 의심환자수가 최근 100명 넘게 배 이상 급증하면서 타미플루 처방이나 검사키트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환자가 많고 병의 전염성이 높다 보니 학교에서 주로 전염되는 양상이다.

환절기라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해진 탓인 듯 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거점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여서 신종플루 의심환자나 가족들이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세세브란스병원측은 25일 "지난주부터 환자가 급증해 오늘은 최대 1시간까지 검사가 지체되고 있다"고 했고, 아산병원은 지난 금요일부터 이날까지 400여명의 의심환자가 몰려 평소보다 검사건수가 30% 이상 늘었다.

중앙대병원은 "이번 주말 신종플루 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수가 평소보다 3~4배 늘었으며 주로 10살 이하 어린이 환자들이었다"라고 전했다.

응급실 앞에 컨테이너형 간이 진료소를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은 별도의 대기실을 마련하지 않아 환자들이 수 시간씩 실외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주부 김양희(45ㆍ여)씨는 "2시간 30분이나 밖에서 떨면서 기다렸다.

애가 아프고 오한이 나는데 잘못 폐렴이라도 걸리면 누가 책임질거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9살 아들을 데려온 이모(43)씨는 "2시간 기다렸는데 부를 기미도 없고 해가 떨어지면 더 추워질 텐데 병원에선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다"라고 불평했다.

하지만, 다른 환자 부모는 "2~3시간씩 기다려도 민간 병원이 차라리 낫다.

원래는 서울대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국립대병원이라 그런지 5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해 포기했다"며 신종플루 확산으로 병원 줄서기가 일반화됐음을 보여줬다.

(서울=연합뉴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