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건조하고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목전에 둔 `고3 교실'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들에게 수업시간 중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가 하면 또다른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대사'를 앞두고 학교 측에 휴업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2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지난 22일 하루에만 관내 유치원 및 초ㆍ중ㆍ고교에서 확진 774명, 의심 335명 등 모두 1천10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휴교(휴업)를 결정한 학교 수도 이달 12일 1개교, 13일 4개교, 14일 6개교, 20일 26개교, 21일 60개교, 22일 76개교 등으로 갈수록 크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특히 수능을 20여 일 앞둔 고3 교실에서는 교사들이 신종플루 감염방지용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수업을 하는 등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서울 이화외고 교사들은 고3 수업에 임할 때마다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1시간 동안 서서 수업하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마스크까지 쓰고 수업하려니 숨이 차 보통 힘든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 학교 신봉향 교감은 "교사가 마스크를 벗고 수업하면 학생들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할 정도"라며 "아직 고3 수험생 중에 환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학생들이 수능을 앞두고 신종플루에 걸릴까 봐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원구 A고교는 자녀가 신종플루에 걸려 시험에서 낭패를 보지 않을까 우려한 학부모들의 요구로 휴업했다.

A고 이모 교장은 "7명의 환자가 있는 3학년 한 학급만 휴업했다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휴업을 확대했다.

고3 학부모들이 수능을 앞두고 큰 걱정을 하면서 휴업을 먼저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학교들은 발열 검사, 손소독제 구비 등 예방책을 다각적으로 취하고 있으나 감염환자와 의심증세 환자가 꾸준하게 늘어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99명이나 발생해 전면 휴교에 들어간 중랑구 B고교 이모 교장은 "교육청의 지침을 철저히 따르고, 학생들 손이 많이 닿는 부분은 매일 수시로 꼼꼼히 소독했다"며 "그러나 아무리 관리를 철저히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50명의 환자가 발생해 7개 학급이 휴업한 송파구 C초등학교 교장도 "어릴수록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기에 1∼2학년 학급은 환자가 1명만 나와도 휴업하고 있다.

계속 확산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은 보건당국이 다음달 중순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할 계획인 만큼 그때까지 기존 지침대로 손 씻기, 소독 등의 예방활동과 환자 격리를 철저히 해 확산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공황 상태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교들이 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학부모들이 차분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