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비용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대입 입학사정관 제도가 고액의 사설 '사정관제 컨설팅'을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사설 컨설팅업체의 상담비용은 1시간당 20만원에서 회당 최고 50만원에 달해 '족집게 과외'못지않은 비용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지역 14곳 성업 중

교육과학기술부가 23일 발표한 '2009년도 국정감사 후속조치 사항 보고'에 따르면 10월 현재 서울 지역에는 14개 입학사정관 컨설팅 업체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 4월3일자 A14면 참조>

이들 업체의 컨설팅 비용은 약간씩 다르지만 1회에 최고 50만원을 받거나 한 시간에 20만원을 청구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마포구 서교동 C스쿨은 입시 전반에 관한 컨설팅 비용으로 회당 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대치동 K연구소,강남구 역삼동 K컨설팅도 각각 1대 1 컨설팅 비용으로 50만원을 받고 있었다. 이 밖에도 지원가능 대학 스크리닝,서류 작성 및 면접 방법 상담비용 등으로 종로구 적선동 K업체가 45만원,관악구 은천동 E업체가 30만원,강남구 대치동 P클리닉이 시간당 20만원,강남구 대치동 E센터가 1회 20만원(회당 90분 10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컨설팅 업체들은 상담 이외에 자료 다운로드,온라인 적성검사,개인교습(튜터링) 등의 명목으로 따로 비용을 받고 있다.

대치동 E센터 앞에서 만난 김모씨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일단 제도가 어렵고 도입하는 대학도 많아 한 곳만 받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붐비나

이처럼 입학사정관 컨설팅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학부모들 지적대로 입시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당초 점수보다 학생의 잠재력 위주로 선발하기 위해 도입됐다.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이 중시되다보니 학생의 '끼'를 보여줄 수 있는 자기소개서나 봉사활동 등 '스펙'에 대한 컨설팅이 필수가 된 것.

입학사정관 전형을 적용해 뽑는 인원도 지난해 4555명에서 올해 47개 대학 2만695명으로 무려 4.5배나 급증했다. 대학들이 요구하는 전형자료가 까다롭거나 복잡한 것도 원인이다. 서울 도곡동의 학부모 김모씨는 "대학이 요구하는 아이들의 스펙 입증서류가 너무 까다롭다"면서 "학부모 혼자서는 절대로 준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 대학 검증 강화

교과부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입학사정관제 내실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1학년도 대입부터 학교 측이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을 충실히 기재토록 할 계획이다. 진로지도상황,출결상황 중 특기사항 등도 대입전형자료로 각 대학에 제공키로 했다. 교과부는 비교과영역 종합관리시스템을 내년 3월까지 시도교육청별로 개통하기로 했다.

대학들도 교사추천서,자기소개서 등의 대필을 가릴 수 있도록 다수의 사정관 교차확인 등 대학별 자체 검증 프로세스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는 축적된 DB로 전국 각 고등학교 및 소속 교사의 추천서에 대한 검증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