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ㆍ졸업증ㆍ자격증 위조 사연 백태

국내외 대학졸업증명서, 피부관리사 자격증, 토익성적표, 가족관계증명서, 수능성적표, 주민등록증 등. 고객이 원하는 어떠한 신분증과 자격증도 위조됐다.

2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중국의 문서위조단에게 돈을 주고 위조를 부탁해 의뢰자들이 넘겨받은 서류 종류가 18종이나 되는 만큼 이런 서류를 활용해 신분이나 자격을 세탁한 사연도 가지각색이었다.

위조 증명서를 사들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242명 중 절반 이상인 153명은 취업을 목적으로 고등학교ㆍ대학교 졸업장의 위조를 의뢰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업난이 악화하자 저학력자들이 기업체 등에 취업하고자 졸업장의 위조를 부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들 중 10여명은 가짜 졸업증명서를 이용해 대형마트와 보험회사, 영세 건설회사 등에 취업했다.

고교 중퇴 학력인 김모(42.여)씨는 올해 4월 한 대형마트의 경리직으로 취직하려고 35만원을 주고 가짜 고등학교 졸업장을 사들여 취업에 성공한 사례다.

진모(48.여)씨 역시 고교 중퇴학력자로 보험회사에 들어가고자 40만원에 대학졸업장의 위조를 의뢰했다.

건축기사 자격증과 자동차 안전관리자 이수증, 피부관리사 자격증 등 각종 자격증도 대부분 취업 목적으로 위조됐다.

통신회사에 근무한 차모(45)씨는 외국계회사로 이직하려고 900점으로 `뻥튀기'된 토익성적표를 준비했지만, 이직에는 실패했다.

졸업요건으로 제시된 토익 점수를 맞추려고 30만원을 주고 가짜 토익성적표를 받은 대학생들도 있었다.

외국 유학을 갔지만, 졸업하지 못해 위조된 졸업증명서를 부모에게 내밀거나 부모한테 등록금을 타내려고 가짜 재학증명서를 준비한 사례도 있었다.

가짜 주민등록증은 미성년자의 유흥업소 출입이나 연령을 낮추는데 악용됐다.

박모(17)양은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된 나이트클럽에 가려고 위조 주민등록증을 사들여 `성인들의 밤문화'를 마음껏 즐겼다.

취업 연령에 맞추려고 원래 나이보다 10살 가량 줄인 주민등록증을 만든 40대 여성과 젊은이 행세를 하려고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40대 남성도 적발됐다.

한 재수생은 성적 제한이 있는 유명한 재수학원의 상위반에 들어갈 목적으로 30만원을 주고 수능성적표를 위조했지만, 실력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포기하기도 했다.

딸의 존재를 숨길 목적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하고서 결혼에 성공한 이혼녀, 남편에게 차량 압류 사실을 감추려고 가짜 자동차등록원부를 받은 주부 등 서류 위조 의뢰자들의 사연이 다양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