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심판으로는 처음이라서 부담감이 앞서요."

이지희(47)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부회장이 국내 심판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심판에 배정돼 '피겨퀸' 김연아(19)의 '금메달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 심판으로 참가한 이지희 부회장은 19일(한국시간) "지난 9월 28일 독일에서 열렸던 2009 네벨혼 트로피 기간에 함께 열렸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심판 추첨에서 여자 싱글 심판에 배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라며 "국내 심판이 동계올림픽 피겨 심판으로 참가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1년 9월 ISU가 시행한 심판 자격시험에 합격, 국내에서 처음으로 ISU 공인 국제심판 자격증을 따내 큰 화젯거리가 됐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심판으로 활약해온 이 부회장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뽑힐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연아의 힘이 컸다.

ISU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24위 이내에 들었던 국가의 심판들을 대상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가 자격을 부여했고, 김연아가 역대 최고점으로 우승하면서 국내 유일의 ISU 심판인 이 부회장도 함께 뽑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9월 심판 배정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나설 9명의 심판에 포함돼 김연아의 연기를 현장에서 채점하게 됐다.

지난 2001년 ISU 심판 자격을 따낸 이 부회장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심판에 나설 자격을 갖췄지만 아쉽게도 한국 선수가 출전권을 얻지 못하면서 '올림픽 포청천' 기회를 놓쳤다.

이후 김연아가 승승장구하며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출전권을 확보하자 이 부회장도 자동으로 심판에 선발됐다.

이 부회장은 "아무리 피겨의 신채점제도가 과학적이지만 심판의 개인적 주관이 판정에 녹아들게 마련"이라며 "같은 나라 심판이 배정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연아가 있어서 동계올림픽 심판에 나설 수 있었지만 다음 동계올림픽 때도 참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자칫 이번 기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까 걱정스럽다.

김연아의 뒤를 이을 좋은 선수가 빨리 배출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파리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