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A대학 어문계열 학과 4학년인 김모씨는 졸업을 앞두고 여러 군데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인사담당자들은 입사시험에서 상경계와 비상경계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비상경계는 경영을 부전공했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인식의 벽을 느낀다. 인문대나 공대 등 비상경계열은 SKY(서울대 고대 연대)가 아니라면 본사의 인사 회계부서에 배치되기도 힘들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같은 학과 이모씨는 모 증권회사 서류전형에 합격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다른 은행 서류전형에도 바로 합격했다. 이씨는 올해 8월 4회 테샛시험을 치러 2등급을 받았다. 그는 비상경계임에도 불구하고 은행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은 테샛시험 성적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이 잘 안 되는 현실에서 비상경계열 학생들이 느끼는 비애감은 크다. 경제학 경영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경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경제 마인드를 갖춰다고 해도 단시간 면접으로 그걸 증명하기 어렵다. 기업 인사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상경계열 출신을 중용하게 마련이다.

테샛(TESAT · 경제이해력 검증 시험)은 이런 현실에서 비상경계열 학생들이 자신이 갖추고 있는 경제지식이나 경제학적 마인드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우리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테샛은 경제와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평가하는 시험이어서 신입사원 선발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며 "테샛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경제학적 시야를 갖추고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상경계 출신이 아닌 학생들에겐 큰 의미가 있고 (경제학 마인드를 갖추려는)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경계열,테샛 점수 큰 차이 없어

테샛은 단순히 경제 경영 지식을 알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테샛 문제를 풀려면 금리 환율 등 경제 주요 변수와 상식적인 수준의 경제원리,신문에 나오는 시사상식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지식만으로 높은 점수를 얻을 수는 없다.

그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경제원리들이 작동하고 있는지,시사적인 경제 상황을 얼마만큼 잘 설명할 수 있는지,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에 따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등이 더 중요하다. 이런 문제들이 배점도 높다.

그래서 4회까지 테샛을 치른 결과 상경계열과 비상경계열 응시자의 점수 차이는 크지 않다. 상경계열 평균은 300점 만점에 160점대,비상경계열은 150점대로 각 회별로 상경계열과 비상경계열의 점수 차이는 10~15점 정도다.

성적 상위로 가면 상경계열과 비상경계열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중상등급이라 할 수 있는 3등급 이상은 지난 4회 시험에서 731명이었다. 이 중 상경계열은 365명,49.9%로 비상경계열과 거의 비슷했다. 2등급 이상 중 상경계열 비율도 51.3%로 약간의 우위를 보였을 뿐이다. 지난 4회 테샛 때는 비상경계열 출신인 서호준씨가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는 "평소 경제신문을 꾸준히 정독하면서 사건이나 이슈가 있을 때마다 경제학적으로 사고하고 경제학을 실제로 응용해보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할 정도로 비상경계열임에도 경제학적 마인드가 뛰어난 인재다.

◆내년 채용 도전하려면 미리 응시해야

테샛을 입사시험 자료로 활용하는 곳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대우증권 등 일부 금융권과 2~3개 대기업 정도다. 특히 H사와 P사는 내년 상반기 채용 때부터 테샛을 입사시험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 테샛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금융권과 대기업,중견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입사시험 준비를 한다면 테샛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토익 토플처럼 테샛을 2~3번 치러보는 것이 좋다. 테샛은 1년에 2 · 5 · 8 · 11월 각각 네 번 치른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